
“당시에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은 모두 공대에 지원했죠. 고3 때 선생님이 그걸 보고 애들이 한꺼번에 ‘전자병’에 걸렸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김주관 네이버 쇼핑 프로덕트 부문장(사진)은 의대가 아니라 공대가 인기를 끌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92학번인 그는 네이버 쇼핑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적용을 주도하고 있다. 12일 그는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에 대해 “집에 못 가고 밤새 실험한 날이 많았다”며 “그 경험이 산업계에서 일할 때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 필요한 공학도는 단순히 기술만 잘 아는 게 아니라 소통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고 했다. 뛰어난 개발 실력을 갖췄는데도 외부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는 엔지니어 후배를 그동안 수도 없이 목격했다. 김 부문장은 “기업에선 엔지니어가 경영진을 비롯해 기획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협업해야 한다”며 “빠르게 변하는 기술적 업무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산업 전체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도 강조했다. “발표를 잘하는 능력이나 융통성도 공학 인재에게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 부문장은 융합형 공학 인재가 한국에서 배출되려면 교육과정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영재교육을 한다면서 학원 뺑뺑이를 돌리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엔 초등학생 때 특목고 입시반에서 고등학교 수학까지 배운다는데 창의력을 키울 수 있겠냐”며 “일률적 방식으로 등을 떠밀기보다 사고력을 높일 시간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42㎞의 긴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데 3㎞, 5㎞ 지점에서 1등을 만들기 위해 채찍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10㎞쯤 갔을 때 나가떨어져 완주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대학 교육도 장기적 관점의 융합 교육이 있어야 실제 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공학 인재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김 부문장의 생각이다. 김 부문장은 “한국은 기업은 물론 대학에서도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생각을 시도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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