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2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에 대해 “큰 틀의 합의라고 해야 할지,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핵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을 자체 생산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길이 미국에 의해 막혀있는데, 이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우리 정부와 원자력 업계의 숙원이다.
위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더 많은 (우라늄) 농축, 재처리에 ‘운신 공간’을 갖도록 하는 데 서로(한미)의 양해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2015년 개정한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안에 따라 미국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고,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재처리할 수 있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은 ‘핵 주권’을 갖기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위 실장은 “(원자력 협정안이) 일본과 유사한 형태를 갖길 바란다”며 ”미국에선 다른 세부적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어, 앞으로 세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가받았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도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은 1974년 한미 원자력 협정을 처음 맺은 이후, 50년 넘게 에너지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위 실장은 원자력 협정 관련 협상이 한국 쪽에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을 재차 내비쳤다. 위 실장은 “원자력 협정 협상은 미국과의 안보 협상 패키지 안에서 ‘이퀄리브리엄(equilibrium·평형)을 이루고 있다”며 “일정한 균형과 완결성을 지니고 있어 그대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관세 협상을 풀 수 있는 ‘키’로 원자력 협정 협상을 활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원자력 협정 협상과 관세 패키지는 ‘바터(barter·교환)’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안보 패키지’ 내에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국방비 인상 등)를 수용한 뒤, 얻어낸 협상 결과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원전 가동에 꼭 필수인 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연간 600~700t 규모)하고 있기 때문에 농축 권한을 얻어내야 자체적으로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우라늄 수출 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안보를 위해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원전 가동에 쓰인 농축 우라늄은 4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교체된 우라늄은 사용후 핵연료라 재처리돼야 하지만, 하지만 한국은 재처리 권한이 없다. 이를 보관하는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도 점차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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