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미국 대표적 보수논객인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USA 설립자 암살 사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국방부의 9·11 테러 추모 행사 장소를 옮겼고,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양키스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전 경기장에 대한 추가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커크는 전날(10일) 유타 밸리 대학교 행사에서 연설 도중 총에 맞아 사망했다. WSJ은 커크의 사망은 극단적 당파주의와 과격한 정치적 언어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의 사진을 공개하고 억대 보상금을 걸었다.
FBI 솔트레이크 지부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검은색 긴소매 티셔츠에 모자,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성의 사진 두 장을 게재하며 신원 확인에 도움이 될 정보를 당부했다. 유용한 제보에는 최대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수사 당국은 사건 직후 유타밸리대학 인근 숲속에서 수건에 감싸진 소총을 발견했다. 이 총기에서는 약실에 탄피가 남아 있었고, 탄창에는 세 발의 실탄이 장전돼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해당 총기와 탄약을 분석해 범인의 신원과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당국은 총격범이 커크가 앉아 있던 야외 행사장 맞은편 건물 지붕에서 단 한 발을 발사한 뒤, 곧바로 지붕에서 뛰어내려 주택가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간 암살 당시 영상을 보면 마이크를 들고 있던 커크는 총성 직후 목 경동맥이 관통된 듯 피를 쏟으며 고개를 떨궜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가 암살된 배경에 대해 "수년간 급진 좌파는 찰리와 같은 훌륭한 미국인들을 나치와 세계 최악의 대량 학살자, 범죄자들에 비교해왔다"며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하지만 수사 당국이 용의자를 체포하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사건 발생 24시간이 지난 시점까지도 범행 동기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백악관이 커크 암살 사건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해 7월 선거운동 도중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벌어진 암살 시도로 생명에 위협을 느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총알은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고, 트럼프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세에 참석한 지지자 한 명이 목숨을 잃고 두 명은 중상을 입었다.
당시 총격범이 총을 쏜 지붕은 트럼프가 연설하던 연단에서 왼쪽으로 400~500피트(121.9~152.4m) 거리였다. 미국 언론들은 당시 범인이 8발의 총탄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에선 1835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이번까지 전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암살 4건, 암살 미수 10건이 벌어졌다. 에이브러햄 링컨(1865), 가필드 제임스(1881), 윌리엄 매킨지(1901), 존 F 케네디(1963)는 목숨을 잃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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