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은 단순히 노동자의 복지 향상에 그치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국가 경제의 활력 증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노동 집중도가 높아지고 업무 효율성이 향상된다. 실제로 8시간의 근무시간 중 직장인이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은 약 2시간 반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는 비효율적 업무 관행이 만연함을 보여준다. 국내 에듀윌, 휴넷, 우아한형제들 등 일부 기업은 이미 4.5일제를 도입했다.
주 4.5일제는 내수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기도 하다. 과거 주 5일제 도입 당시 토요일이 휴일로 추가되면서 관광, 레저, 서비스 등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한 사례가 있다. 금요일 오후부터 추가로 쉬게 되면 소비가 늘어나고 신규 서비스업이 창출될 수도 있다. 이러한 파급효과는 단순히 근로자 개인의 이익을 넘어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저출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장시간 노동은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기 어렵게 만들어 저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근무시간 단축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육아 부담을 덜어줘 출산율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은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해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인건비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근로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임금이 하락할 경우 단축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계는 주 4.5일제를 도입하면서도 임금은 그대로 달라고 하는데, 이는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요구다. 실제 해외 실패 사례들은 무조건적 도입이 현실적이지 않음을 증명한다. 스페인의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임금을 15% 삭감하는 대신 주 4일 근무를 희망자에 한해 시행했으나 2만여 명의 직원 중 150여 명(0.75%)만 신청해 사실상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주 4.5일제가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 제도는 주로 유연한 근무가 가능한 대기업, 공공기관 등 화이트칼라 직군에만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영세 사업장이나 교대 근무가 필수인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는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주 4.5일제 도입은 이러한 격차를 더욱 벌려 노동시장 내 양극화를 확대하게 된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소외될 수 있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주 4.5일제는 단순히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생산성, 삶의 질, 내수경제, 저출생 등 한국 사회의 복합적 과제를 해결할 잠재력을 지닌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업종별 생산성 차이, 인건비 부담, 그리고 불평등 심화라는 극복해야 할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정교한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그런 만큼 법제화를 통해 도입을 강제하기보다 기업의 자율적 선택과 단계적 도입을 우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된 성공 모델을 산업계에 점진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주 4.5일제 도입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실질적 지원책도 검토해야 한다. 업무 효율화를 위한 컨설팅, 자동화 시스템 구축, 기술 지원 등도 제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 4.5일제 도입을 위해서는 시간이 아닌 성과 중심의 인사 평가 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혁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서정환 논설위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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