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한때 ‘원조’를 달고 호객 행위를 하는 식당이 많던 시절이 있었다. ‘원조××식당’ ‘원조◇◇국밥’ 하는 식이다. 하도 ‘원조’가 많다 보니 ‘참원조△△아구탕’ 식으로 차별화하기도 한다. ‘원조’란 어떤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한테 쓰는 말이다. 여러 곳에서 스스로 원조임을 주장하니 어디가 진짜인지 알 수도 없고, 맛도 비슷해 손님 입장에선 헷갈릴 뿐이었다. ‘원조’ 남발이 단어 본래의 의미를 헝클어뜨리고 기표(signifiant, 시니피앙)로서의 ‘권위’를 약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진짜’는 워낙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이라, ‘진짜 대한민국’도 대부분 별생각 없이 상투적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이 말은 문장 속에서 두 가지로 쓰인다. 가령 “진짜 예쁘다(아프다/잘생겼다/힘들다)”처럼 말할 때는 문장 안에서 부사로 사용된 것이다. 이때의 ‘진짜’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으로’란 뜻이다. 다른 하나는 명사로 쓰인 구조다. “너의 진짜 속셈은 무엇이냐?” “진짜 도자기” “진짜 보석이네” 같은 표현이 그것이다. 이때는 반대말이 ‘가짜’인 데서도 알 수 있듯 ‘본뜨거나 거짓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참된 것’이란 의미다.
이에 비해 앞의 부사 용법에서는 반대말이 따로 없다. 그저 뒷말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쓰는 강세 어법이다. 그래서 의미상 부사로 쓸 때는 ‘진짜’를 빼도 말이 된다. 하지만 명사로 쓸 때는 ‘가짜’와 대비되는 의미를 담기 때문에 삭제하면 미완성 의미가 된다. 즉 “진짜 대한민국”이란 표현은 “가짜 대한민국”을 염두에 둔, 정색하고 쓰는, 정색하고 써야 하는 말인 셈이다. “진짜 대한민국”이 슬로건으로서 온전하게 자리 잡기 어려운 이유도 그래서다.
명사로서의 ‘사실’은 ‘실제로 있는 일’을 나타낸다. 비슷한 말이 ‘정말’ ‘참말’이다. 이때는 ‘사실’을 생략하면 의미가 완료되지 않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부사로서의 쓰임새는 다르다. 이는 ‘실지에 있어서’란 뜻으로 ‘사실상’과 같은 말이다. “이번 일은 사실 실패나 마찬가지다”처럼 쓴다. 이때의 ‘사실’은 강세어 또는 추임새처럼 쓴 말이다. “정말 그렇다”는 게 아니라 “거의 그렇다”는 의미를 더하는 표현이다. 그래서 있어도, 없어도 말이 된다. 특히 언론보도같이 엄밀하고 간결한, 과학적 표현을 중시하는 글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실용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쓰기에서 이를 습관적으로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글쓰기 훈련 탓이다.
“고법 판결이 용인됐다면 실로 국제적 신인도에도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실제로 장관이 휴무일에 공장 방문을 통보해와 비상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이런 데 쓰인 ‘실로’ ‘실제로’ 같은 말도 의미상으론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문장 안에서 강세를 주기 위해 쓰는 말인데, 자칫 글을 늘어지게 할 뿐이다. 빼고 보면 훨씬 간결해진다. 이들을 비롯해 ‘현재, 정말로, 특히, 다만, 결국, 무려, 이에, 그런데, 이를테면, 이에 대해, 이에 따라, 이에 반해’ 등은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쓰지 않는 게 간결한 표현이다. 이런 군더더기 없이 팩트를 갖고 쓸 때 ‘힘 있게 쓰기’가 살아난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