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 까르띠에는 지난 10일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주얼리 제품 가격을 2~5%가량 인상했다. 인기 제품인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스몰’은 585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약 2.5% 올렸고, ‘트리니티링 클래식’은 329만원에서 342만원으로 3.9% 인상했다. 까르띠에의 가격 인상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2월과 5월에도 가격을 올렸다.까르띠에뿐만이 아니다. 리치몬트그룹의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는 15일부터 가격을 인상한다. 웨딩밴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타사키도 이달부터 가격을 5~10%가량 인상했다. 프랑스 브랜드 부쉐론도 7월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약 6% 올렸다.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의 잇단 가격 인상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 등 글로벌 명품 그룹조차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주저앉으며 ‘럭셔리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LVMH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 줄었다. 같은 기간 케링그룹은 핵심 브랜드 구찌의 부진으로 매출이 16%, 이익은 46% 급감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의 이면엔 ‘희소성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가격을 올려야 희소성이 높아지고,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명품 주얼리와 시계는 가격 자체가 브랜드의 위상을 상징한다. 가격 인상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역설적인 효과가 있다.
명품업체들이 주얼리 가격을 올리기 전 수요가 급증해 최근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9월 까르띠에가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기 전 주요 백화점 매장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가격 인상이 예고되자 소비자들이 ‘지금이 제일 싸다’는 판단으로 서둘러 구매에 나섰다. 브랜드는 단기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국내 백화점의 주얼리·워치 매출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백화점 3사의 매출 모두 올해 1~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가방이나 의류는 유행에 따라 인기 제품이 빠르게 바뀌지만 주얼리와 시계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가격이 오를수록 투자 차원에서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