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은 올해 상반기 45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4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2019년(1187억원) 이후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게 된다.
해양플랜트는 해양 유전·가스전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설비를 설계·제작·설치·시운전하는 사업이다. 설치 지역과 자원 특성에 따라 설계 및 사양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화가 어렵고 공사 기간이 길며 계약 규모가 큰 만큼 원가·공정 관리가 성패를 좌우한다.
HD현대중공업은 이 사업에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손실만 5545억원에 달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발주 중단, 원가 상승, 공정 지연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조달 차질과 환율 변동, 인건비 부담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한 결과다. 조선 사업 등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적자를 메우는 동시에 공정 효율화에 매달리며 HD현대중공업은 버텼다.
적자를 감내하던 HD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은 올 들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2023~2024년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한 프로젝트들이 본격 건조에 들어간 덕분이다. 1조5663억원 규모로 2023년 수주한 멕시코 트리온 초심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트리온 프로젝트는 수심 2500m 초심해에 길이·너비 각 94m, 높이 57m, 총중량 4만4000t 규모의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를 설치해 하루 10만 배럴의 원유와 41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설계·조달·건조(EPC)의 전 과정을 맡았다.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다는 조건을 계약 당시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탈탄소·천연가스 중심’ 흐름도 해양플랜트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사업 영역을 해상풍력발전, SMR, 탄소포집·저장(CCS) 등으로 확장하며 이 같은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해상풍력 발전 부유체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미국에 SMR 원자로 용기를 납품하는 프로젝트 수주에도 성공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원가 부담과 공정 지연으로 손실을 떠안았다면 최근에는 발주처의 신용도, 계약 구조, 기술 우위가 모두 유리하게 작용해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하며 미래 신사업 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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