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르엘 청약에서 4인 가족 만점자도 떨어졌잖아요. 청약통장 가입 후 10년 동안 1000만원 넘게 모았는데 이걸 쓸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20대 직장인 A씨)
‘10억원 로또’로 불리며 7만 명에 육박하는 청약자가 몰린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에서 올해 첫 수도권 ‘만점 통장’이 나왔다. 최저 당첨 가점은 70점이었다. 5인 이상 가족일 때만 받을 수 있는 가점이다. 일부에서 청약통장 무용론까지 다시 제기된 이유다.
올해 초 약 1만3000명 늘어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에 4만 명가량 줄었다. 전문가들은 섣부르게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것보다 신혼희망타운, 추첨제 등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약 시장에서 만점 통장이 나온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1월 전북 전주에서 공급된 ‘더샵 라비온드’ 84㎡D 평면에서도 84점을 받은 만점자가 등장했다. 이 단지 최저점은 50점(39㎡A)으로 당첨자 간 점수 편차가 컸다. 50점은 부양가족이 없더라도 무주택·통장 가입 기간이 길면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잠실르엘을 제외하고 올해 서울에서 당첨 가점이 가장 높은 아파트는 성동구 ‘오티에르 포레’ 84㎡A로 76점이었다.
잠실르엘과 더샵 라비온드에서 만점 통장이 나온 것은 ‘희소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잠실르엘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로 주변 시세와 비교해 10억원가량 저렴하게 공급됐다. 더샵 라비온드는 신규 공급이 드물었던 전주 원도심에서 공급된 만큼 ‘완판’ 기대감이 높았다.
청약 인기 단지에 고득점 통장이 몰리다 보니 주택청약종합저축 등을 해지하는 가입자도 적지 않다. 지난 7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사람은 2510만9868명이다. 1년 전(2548만9863명)과 비교해 38만 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2022년 6월(2859만9279명) 이후 31개월째 감소세를 보인 가입자 수는 올 2월과 3월 소폭 증가한 뒤 다시 줄어들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인기 단지 쏠림, 고분양가 등이 청약통장 해지의 주요 원인”이라며 “시세와 비슷한 아파트에 청약통장을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수요자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9·7 부동산 대책)으로 공공분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청약통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일반 공급은 저축 총액 또는 납입 횟수로 당첨자를 결정한다. 전용 40㎡ 초과 아파트는 저축을 많이 할수록 유리하다. 서울시의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2) 등 청약통장이 있어야만 신청할 수 있는 공급 유형도 적지 않다. 2029년 분양하는 서초구 서리풀 공공주택지구는 전체 2만 가구 가운데 1만1000가구를 미리내집으로 공급한다.
하반기 수도권에서 추첨제 60%를 적용하는 단지들도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달 동작구 사당동 ‘힐스테이트 이수역센트럴’이 청약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25층, 11개 동, 931가구 규모다. 전용 44~84㎡ 17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전용 84㎡ 분양가가 18억원대에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로 옆 단지인 ‘래미안로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7일 18억원(4층)에 거래됐다. 중랑구 상봉동에서는 ‘상봉 센트럴 아이파크’가 분양된다. 전체 254가구 중 242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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