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카드가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6654억원의 부실채권을 팔았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89.8% 급증한 규모다. 이어 KB국민카드(5356억원), 하나카드(2889억원), 우리카드(2750억원), 신한카드(2743억원), 현대카드(1783억원) 순으로 많았다.
경기 침체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나자 카드사들이 부실채권 매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카드사는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부실채권을 NPL 전문회사나 대부업체 등에 매각해 연체율을 낮춘다. 원금 대비 매입가율 5~20% 수준에서 부실채권을 털어낸다. 일부라도 건져 부진한 수익성을 만회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매각조차 어려운 부실채권의 경우엔 한 푼도 건지지 못하더라도 장부상 대출자산을 지워버리는 상각을 통해 처리한다.
한 카드사 채권회수 담당자는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급증한 데다 정부의 채무 탕감을 노리는 악성 채무자까지 늘면서 사면초가 상황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이 포함된 카드 대출채권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0.16%포인트 오른 3.54%에 달했다. 카드사 연체율은 서민 경제의 부실 정도를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 한도가 찼거나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 카드빚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실채권 규모도 여전히 크다. 6월 말 기준 카드사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1.30%로 지난해 말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이 와중에 정부의 대규모 신용 사면이 예고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5000만원 이하 연체한 빚을 올해 말까지 갚으면 연체 기록을 전면 삭제하는 ‘신용 사면’을 추진 중이다. 장기 연체채권 매입·소각을 담당할 배드뱅크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카드사로선 신용 사면에 따른 신규 고객 유입이 달갑지만은 않다. 주요 사면 대상자인 중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가 2금융권으로 다시 쏠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신규 카드 발급 및 카드론 대출이 늘어나는 대신 연체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김 의원은 “불황에 따른 민생 경고음이 카드사의 부실채권 대량 매각으로 가시화했다”며 “유동성 위기에 빠진 서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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