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재정 위기는 코로나19 기간 기업 및 가계 지원에 쏟은 지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문제 등에서 비롯됐다. 특히 사회 복지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의 사회 복지 지출은 GDP의 32%를 차지하며 유럽연합(EU) 평균인 26%를 웃돈다. 최근 EU의 국방비 증액 정책도 재정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향후 2년간 프랑스 국방 예산을 65억유로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군사비 증액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재정 적자 우려가 커지자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프랑스 신용등급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지난해 말 프랑스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발표한 당시 피치는 프랑스의 국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 전망을 제시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강등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초 S&P도 프랑스 신용등급을 ‘AA-’로 낮췄다. S&P는 프랑스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지 못하면 오는 11월 평가에서도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선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차입 비용이 상승해 재정 악화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국채 금리는 15여 년 전 유로존 부채 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연 3.5%로 올랐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사임 직전에는 연 3.6% 수준까지 치솟았다. 프랑스 국채 수익률이 유로존에서 고위험국으로 평가받는 그리스, 이탈리아와 비슷해진 것이다.
실제 르코르뉘 총리는 여론을 의식해 기존 긴축 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그는 13일 프랑스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정부의 공휴일 폐지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전임 정부는 생산성 확대를 이유로 공휴일 이틀 폐지를 제안했다. 공휴일을 폐지하지 않는 대신 “다른 재원 확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 통폐합 등 국가 조직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은 “르코르뉘 총리가 의회 지지를 얻기 위해 부유층 증세, 연금 개혁안 완화 등을 포함해 정책을 양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나치게 양보한다면 여당 의원의 반발을 살 위험도 있다”고 짚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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