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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세 고시' 막자 '3세 준비생'만 받겠다는 영유

입력 2025-09-14 17:53   수정 2025-09-22 15:58


국내 주요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이 정부 압박에 못 이겨 ‘4세 고시’로 불리는 입학 전 레벨테스트를 폐지하는 대신 ‘영유 준비반’ 출신만 가려 받도록 선발 방식을 바꾸고 있다. 정부가 조기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레벨테스트를 상담 및 추첨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하면서다. 하지만 정책 취지와는 다르게 이들 영어학원이 18개월부터 입소가 가능한 영유 준비반 경력을 입학 요건으로 제시하면서 영어 사교육 시장 진입 시기만 앞당긴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저귀 차고 영유 준비반, 필수코스로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상위권 유아들이 입학하는 영유로 유명한 G어학원은 2026학년도 입학생부터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고 같은 계열 영유 준비반인 A어학원 출신만 입학할 수 있도록 입학 정책을 바꿨다. 학원 측은 최근 학부모에게 보낸 공지사항을 통해 “일부 다른 교육기관 및 개인 교습자들이 G어학원 입학 전 확인 과정을 ‘4세 고시’라는 표현으로 왜곡해 학부모 불안감을 조장하고 원아들을 경제적 이익 창출을 위한 대상으로 삼아왔다”며 “2026학년도부터는 외부 학생을 대상으로 어떤 입학 전형도 하지 않을 예정이며 A어학원 재원생 중 일부 원아에게 반을 배정하는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객관적인 수준 평가를 위한 레벨테스트도 이뤄진다.

G어학원은 ‘영유계의 서울대’로 불릴 만큼 시장지배적 기업으로 꼽힌다. 그동안 영재교육원의 영재 테스트 상위 5% 이내 검사 결과지를 받아야 입학시험 자격을 줬다. 강남 일대에 이곳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프렙학원이 생겨날 정도였다. 한 프렙학원은 지난달 2022년생을 대상으로 ‘G영어유치원 초시 전 마지막 스퍼트, 추석 특강’을 모집하기도 했다.

G어학원이 입학 규정을 바꿨지만 오히려 조기 사교육 시작 연령대만 더 낮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8개월부터 입학이 가능한 A어학원의 주된 원생은 만 1~3세로, 영유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대신 보내는 영유 준비반 격이다. 아직 글자를 쓸 만한 소근육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시점이지만 알파벳 쓰기는 물론 영어 단어 및 문장 쓰기 훈련까지 이뤄진다. 월 수업료는 최대 265만원에 달한다. 영유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시 모집은 사라지고 특정 고교 학생만 합격하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만 가능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 ‘사교육 금지법’ 추진한다지만…
정부도 과열되는 조기 영어 사교육 문제를 해소할 근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영유 728곳(교습 네 시간 이상 반일제)을 전수조사한 결과 레벨테스트를 하는 곳은 23곳으로 조사됐다. 교육 현장에서는 수치가 과소 집계됐다는 반응이 많다. 트라이얼클래스 등의 이름으로 사실상 레벨테스트를 치르는 학원들이 집계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레벨테스트 자체가 법령 위반인 것도 아니다. 교육부가 레벨테스트를 상담 및 추첨으로 변경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린 이유다.

교육부는 영유아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학원법 개정안과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 등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학원법 개정안(영유아 사교육 금지법)에는 36개월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교 교육과정 교습을 전면 금지하고, 36개월 이상도 하루 40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유 학부모들은 부모의 교육권과 아동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청원을 올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특정 연령대의 사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학부모의 영어 교육 수요를 근본 대책 없이 억누르기만 한다면 불법 과외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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