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삼원계 기반 ESS를 만들어오던 삼성SDI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반 ESS를 내놓은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파우치형과 원통형보다 저렴한 각형 LFP 배터리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모두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중국과 정면승부를 벌이기 위해서다. 배터리 3사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으로 시장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ESS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지난 8~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RE+2025’에서 ESS용 배터리 신제품을 공개했다. RE+2025는 북미 최대 규모 에너지산업 전시회로 올해엔 28개국, 1322개 업체가 참가했다. SK온은 이번 행사에 부스를 내지 않았다.삼성SDI는 전시에서 ESS용 배터리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 2.0 버전을 처음 공개했다. SBB 모델에 LFP를 채택한 건 처음이다. 삼성SDI는 국내 시장에서도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기반 ESS를 판매해왔다. 목표 양산 시점은 2026년이다.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함께 세운 미국 인디애나 공장의 기존 삼원계 생산 라인을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3사 중 LFP 기반 ESS에 가장 먼저 뛰어든 LG에너지솔루션은 각형으로 개발한 ESS용 LFP 배터리를 선보였다. 파우치형을 주로 생산해오던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으로 내놓은 첫 작품이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외부 충격에 강하고 생산 단가가 저렴한 게 강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배터리 시장 최강자인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SK온은 내년 하반기부터 ESS 전용 LFP 배터리 양산에 나선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로 전환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 체계를 빠르게 구축해 고객 수요에 적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온 ESS 배터리는 파우치형이다. 공간 효율성이 높은 파우치 배터리를 적재해 고전압 모듈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ESS용 배터리 시장은 다르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에너지를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ESS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3년 44GWh에 불과하던 글로벌 ESS 설치 규모가 2030년 508G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앞다퉈 LFP 배터리 신제품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FP 배터리 생산 단가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화학 구조가 단순해 화재 위험성이 낮다. 낮은 에너지 밀도가 약점으로 꼽히지만 ESS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 효율을 내야 하는 전기차와 달리 ESS는 넓은 공간에 배터리 여러 대를 쌓아 올리면 낮은 에너지 밀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시욱/김우섭 기자 siook95@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