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를 통해 조달 만기를 늘려 차환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자금 운용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다. 일부 기업은 증권사들을 상대로 “장기물 물량을 소화할 기관투자가들을 모집해 주면 주관사 자격을 주겠다”는 조건까지 내걸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3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90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발행금리는 10년물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수익률보다 0.05%포인트(5b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현대제철도 지난 7일 400억원 규모로 7년물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해 60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다만 발행금리는 7년물 개별 민평 수익률 대비 0.19%(19bp)포인트 높은 금리에 발행했다.
장기채 발행이 통상적으로 어려운 신용등급 A등급 기업들까지 장기채 발행을 하고 있다. 장기채를 발행하더라도 금리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A)은 7년물을 포함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7년물 발행은 지난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올해 초 두차례에 걸쳐 2, 3년 만기의 회사채를 발행하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3년 신용등급이 기존 BBB+에서 A-로 상향된 뒤, 올해 5월에는 A로 신용등급이 연이어 상향되면서 조달 환경이 한층 안정된 영향이 컸다.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는 “낮은 금리에 차입 만기를 늘려 향후 차환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라며 “금리인하 사이클지에 들어서면 장기물 발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기 운용 자금이 필요한 보험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도 장기채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저금리 환경에서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회사채를 통해 자금조달을 마쳤던 기업들이 시장에 다시 등판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화(A+)와 SK이노베이션(AA), 현대건설(AA-), SK(AA+), 두산퓨얼셀(BBB), 삼척블루파워(A+), 제이티비씨(BBB) 등이 잇따라 추가 발행에 나섰다.
대부분의 기업은 충분한 수요를 확보해 시장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전체 발행 물량과 장기물 발행 규모 모두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회사채 담당자는 “다음 달 한국과 미국의 금리인하를 앞두고 가급적 회사채를 발행하자는 기류가 강하다”며 “이미 회사채 시장에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어 언더금리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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