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경쟁 상대는 없다. 이젠 글로벌이다.”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1위 업체 한미반도체(회장 곽동신·사진) 경영진이 최근 국내외 반도체 행사에 나갈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한미반도체는 HBM 제조 필수 장비인 ‘열압착(TC)본더’를 앞세워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중 가장 많은 25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년 만에 해외 매출 비중이 두 배로 늘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로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매출이 급증한 것은 국내 핵심 고객사인 SK하이닉스 외에 미국 마이크론을 확보하면서다. 마이크론은 일본 신카와의 TC본더를 썼는데, 지난해부터 한미반도체 장비를 발주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론이 장비를 교체한 것은 HBM의 성능과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장비가 차지하는 역할이 작지 않아서다. TC본더는 HBM 제조 필수 장비로, 열과 압력을 가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HBM 성능엔 원재료인 개별 D램과 패키징용 장비의 성능이 큰 영향을 준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마이크론에 1110억원어치 TC본더를 팔았는데, 올해는 3~4배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정영 부사장은 지난 7월 열린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올 하반기부터 해외 고객사에서 대규모 주문이 들어올 것”이라며 “앞으로 3~4년 동안 해외 매출이 국내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반도체는 올 하반기 양산이 시작되는 차세대 HBM4에서도 ‘싹쓸이’를 자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HBM4용 TC본더 양산을 위해 장비 테스트를 하는 곳은 한미반도체와 해외 업체(ASMPT)뿐이고, 그 외 국내 다른 회사는 없다”며 “특정 해외 고객사(마이크론 추정)에 HBM4 생산 장비를 독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반도체는 제조사들의 HBM4 생산에 맞춰 HBM4 전용 장비 ‘TC본더 4’ 생산을 이달 시작했다. 월 생산능력도 35대에서 내년 45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HBM용 장비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HBM용 D램을 붙여 올릴 때 활용하던 ‘범프’를 없애고 대신 칩끼리 직접 붙이는 방식이다. 같은 높이라도 더 많은 D램을 쌓을 수 있고 신호 전달 속도도 높일 수 있다. 한미반도체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에 1000억원을 투자해 2027년 신규 장비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인 테스와도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협력할 예정이다.
한화세미텍이 올해 SK하이닉스에 TC본더 납품을 시작하고, LG전자가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연구에 뛰어드는 등 HBM 장비 경쟁이 심화하는 것과 관련해 한미반도체는 “아무나 기술을 따라 할 수 없다”고 자신했다. 김 부사장은 “한미반도체를 제외하고 (TC본더) 양산 공정에서 대응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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