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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품 시장 쑥쑥 크는데…세제는 48년째 그대로

입력 2025-09-15 17:02   수정 2025-09-16 02:10

K중고품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제도적 뒷받침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77년 제정된 현행 부가가치세는 모든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때 가격에 세금을 붙인다. 소비자가 1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하면 1만1000원을 내는데, 여기서 1000원이 부가가치세다. 물건을 판매한 가게 주인은 이 세금을 전부 내지 않는다. 1000원 중 도매상에 물건을 사 올 때 이미 낸 500원을 빼고 나머지 500원만 국가에 낸다. 이렇게 해야 세금이 중복으로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고 거래는 다르다. 세액 공제 없이 1000원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중고품에 해당하는 폐자원과 중고차 산업도 이런 중복 과세 문제를 겪었지만,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매입세액 공제 특례’를 도입했다. 구입 금액의 일부를 매입세액으로 인정받아 공제가 가능하게 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폐자원은 3%, 중고차는 10%의 공제율을 적용한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고품에 대한 이중과세는 중고품 수출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라며 “K리커머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모든 중고 제품에 중고차와 동일하게 10% 공제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유럽과 영국은 중고품 거래 때 전체 금액이 아니라 거래 이익에만 세금을 매기는 ‘마진 과세 제도’를 도입했다. 수출 시 부가가치세는 면제해준다. 일본도 중고품 수출 시 소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전용 통관 창구도 마련했다. 일본에서는 라쿠텐, 야후재팬 등이 일본 중고품의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22대 국회에 관련 법안이 세 건 발의돼 있다. 발의안은 모두 이중과세를 막고자 중고품을 의제매입세액 공제 특례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인선 의원안은 폐자원과 중고차 의제매입세액 공제 특례를 2028년까지 연장하도록 했고, 신영대 의원안은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은혜 의원안은 중고 휴대폰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담았다.

복잡한 통관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고품은 국제 무역 시 물품 분류 코드인 HS 코드가 불명확하고 실물 검사 비율이 신제품보다 3~4배 높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내 리커머스 플랫폼의 경쟁자는 해외 플랫폼”이라며 “이중과세로 K중고품 가격이 비싸지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제매입세액 공제는 혜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임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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