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은 지난달 증시 조정 당시 주요 거래 주체 가운데 유일하게 순매수에 나섰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4062억원, 1조504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은 33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올해 4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하락(-1.84%) 마감했다.
당시 개인은 낙폭 과대주와 상반기 상승 주도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네이버가 경쟁사인 카카오 대비 부진한 2분기 실적을 계기로 하락하자 이 종목을 1조108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SK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1512억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동시에 상반기 신고가를 경신한 한화오션(2965억원 순매수) 두산에너빌리티(1760억원) LIG넥스원(1707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402억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기관과 외국인 등 ‘큰손’은 전혀 다른 전략으로 대응했다. 이들은 8월 조정 속 기존 주도주를 대거 차익 실현하는 한편 산업재와 전기전자, 금융 등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눈높이를 뛰어넘은 업종을 사 모았다. 외국인은 삼성전기(1433억원) HD현대일렉트릭(1367억원) 효성중공업(1220억원) 이수페타시스(1103억원) 등 산업재와 전기·전자 업종을 적극적으로 편입했다.
증권가에선 개인 자금이 해외로 분산돼 가격 결정력 관점에서 외국인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 반등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4월 이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19조46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8778억원, 13조445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관금액은 232억2600만달러(약 32조2167억원) 늘었다.
설태현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하락하는 반면 주가는 오르고 있다”며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가 집중된 업종과 종목이 수급의 힘으로 차별화된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수급 주체 중 하나인 개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이어지면서 증시 전반의 안정성이 약화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수급은 원·달러 환율 변화에 반응하며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가는 자금’ 성격이 있다”며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 코스피지수가 4% 가까이 하락한 것처럼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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