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온·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롯데쇼핑이 해외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1조6000억원 수준(지난해 기준)인 해외 매출을 5년 안에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내수 침체 장기화 속에 쿠팡 등 e커머스 기업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K푸드 등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유통 공룡’이 해외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배경이다. 소비 여력이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대형마트, 백화점 같은 편의시설이 부족한 동남아시아가 최대 공략처다.

이를 이뤄낼 성장 전략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꼽았다. 김 부회장은 “2023년 9월 베트남 하노이에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같은 복합쇼핑몰을 2030년까지 베트남에 두세 개 추가로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5년 안에 해외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작년 6월과 12월 누적 매출 2000억원, 3000억원을 차례로 넘겼고, 개장 1년3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200만 명을 돌파했다. 하노이 전체 인구수(860만 명)를 훌쩍 웃돈다.
고급화와 희소성을 내세운 차별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전체 매장 233곳 중 40%를 그동안 하노이에 없던 브랜드로 채웠다. 코치 같은 명품 브랜드와 샤넬 뷰티, 랑콤 등 고급 화장품도 입점했다.
내수 시장에서 성장 한계를 체감한 롯데는 2010년대부터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며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베트남 인구는 1억160만 명에 달하고, 소득 수준도 빠르게 늘고 있다.
롯데는 과거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겨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의 쓴맛을 봤다. 2008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는 한때 롯데백화점 5개 점, 롯데마트 119개 점까지 매장을 늘렸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마트는 2018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마지막 점포를 정리했다.
롯데가 최근 다시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은 내수 경기가 장기간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고, e커머스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설 자리도 좁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온라인 유통시장은 1년 전보다 15.8% 성장해 전체 유통 매출의 53.6%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0.1% 줄어 2020년 상반기 이후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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