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식품업체들이 K푸드를 ‘프리미엄 식문화’로 진화시키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사는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 K컬처와의 접목을 통해 장기적 성장을 노리고 있다.
농심, 오리온, 롯데웰푸드 등은 15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5’에서 글로벌 전략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발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해 대박을 터뜨린 농심이었다.
심규철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내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걸그룹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기용하고 K컬처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농심이 걸그룹 모델 기용 소식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1주일 새 농심 주가는 20% 넘게 상승했다.
심 부문장은 신라면 등의 글로벌 인기는 가장 한국적인 맛과 마케팅이 함께 빚어낸 시너지 효과라고 분석했다. 한국인의 맛인 얼큰한 소고기 국물을 기반으로 현지 취향을 반영해 젊은 층의 재구매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K컬처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층을 넓힌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 신라면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K과자 글로벌 인기의 핵심으로 기술을 꼽았다. 발표자로 나선 강수철 기술개발연구소장은 “꼬북칩의 글로벌 히트는 특허받은 4겹 공정으로 독특하고 특별한 식감을 낸 덕”이라며 “식감은 국내 기술로 구현했지만 김맛, 트러플맛, 플레이밍라임맛 등 현지화된 양념을 결합해 해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꼬북칩은 글로벌 누적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대표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꼬북칩은 국내에서 콘스프, 초코츄러스, 카라멜팝콘 등 세 가지 맛이 출시됐지만 해외에서는 김맛, 매운맛 등 다양한 현지화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강 소장은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 본사 스낵바에 꼬북칩이 들어갔다”며 “그들의 높은 기준을 충족하는 품질을 갖춘 것”이라고 소개했다.
롯데웰푸드는 인도가 K푸드 거점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주 롯데웰푸드 글로벌전략부문장은 “인도를 글로벌 식품 사업의 전진기지로 삼고 2032년까지 롯데인디아의 매출 목표를 1조원으로 잡았다”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보급형 제품과 고급 수요를 노린 프리미엄 제품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인도 중산층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 현지 소비자를 위한 맞춤 상품으로 내열성 초콜릿과 식물성 원료 기반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문장은 “초코파이는 2030년까지 매년 1개 라인, 빼빼로는 2028년부터 매년 2개 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라며 “2028년 이후 현지 기업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매출 목표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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