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금 거대한 재편의 순간에 서 있습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전 세계 유통을 양분하는 듯 보였지만, 테무의 등장으로 그 구도는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2024년 테무는 시가총액 1조8000억달러를 돌파하며 한때 알리바바를 추월했고, 아마존·월마트와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단순한 '저가 쇼핑 앱'으로 출발한 테무가 어느새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드는 주역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테무 창업자 황정(Colin Huang)이 있습니다. 그는 1980년 중국 항저우 외곽의 공장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는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였고, 특별한 교육 기회나 사회적 인맥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황정은 뛰어난 수학 재능으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입상했고, 중국의 명문 항저우 저장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습니다.
2004년 그는 구글에 입사해 3년간 근무했습니다. 특히 2006년 구글의 중국 진출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실패했고, 중국 정치·사회적 장애와 기술 혁신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기술만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없으며, 기술은 반드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는 훗날 그의 기업가 정신을 규정하는 중요한 관점이 되었습니다.
2015년 황정은 핀둬둬(Pinduoduo)를 창업했습니다. 위챗(WeChat, 微信)과 결합한 공동구매 방식은 "사람이 모일수록 가격이 내려간다"라는 단순한 원리로 폭발적 호응을 얻었습니다. 농촌과 저소득층까지 전자상거래의 무대로 끌어들인 이 모델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터를 넘어 소외된 다수가 경제적 주체로 설 수 있는 참여 플랫폼으로 등장했습니다. 핀둬둬는 단 3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했고, 2020년에는 알리바바의 가입자 수를 넘어섰습니다.

2022년 출범한 테무는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像億萬富翁那樣購物)"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글로벌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아마존이 압도적 물류, 월마트가 오프라인 기반을 무기로 삼았다면, 테무는 가격 그 자체를 무기로 삼았습니다. 혁신적 물류나 기술이 아닌 파격적 가격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와 불평등이 심화한 현실에서 단순한 할인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나도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사회적 메시지였던 것입니다.
초고속 성장에는 언제나 그늘이 있기 마련입니다. 테무는 내부적으로 과로사와 조직문화 문제가 불거졌고, 외부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테크 산업 규제가 강화됐습니다. 하루 만에 주가가 28% 폭락하며 창업자의 재산이 수십조원 증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황정은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진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황정은 빈곤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식탁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스마트 농업과 생명과학을 차세대 발전 전략으로 확정했습니다. "플랫폼은 신선한 과일을 더 멀리, 더 저렴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다시 농촌과 농민을 무대의 중심으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테무를 단순한 저가 쇼핑 앱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불평등한 세계에서 소비의 평등을 실험하는 구조이자, 기술이 사회적 기능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마윈이 "모든 사람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며 기업가 정신의 민주화를 강조했다면, 황정은 "모든 사람이 소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창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가격 파괴를 넘어서, 누구나 시장의 주체자로서 중심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소비 민주화'로 보입니다.
황정의 미래는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묻는 말 속에 답이 있습니다. 효율과 속도의 무한 경쟁을 넘어, 기술이 다수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마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는 황정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중국연달그룹 특별고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