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오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마을 입구부터 대형버스로 북적였다. 무더운 날씨 속에 수백명의 외국인 관광객 무리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독특한 풍광을 즐겼다. 싱가포르에서 20여년 만에 부산으로 관광하러 온 안지(61)씨는 “해운대 해수욕장만 있었던 과거에 비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훨씬 풍부해졌다”며 “한국 아이돌 제로베이스원을 사랑하는 조카와 함께 왔는데, 부산만이 가진 매력을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부산의 관광·마이스 지표가 오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가파르게 증가한 데 이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 총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성과까지 거두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0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펼친 부산 홍보 활동이 외국인 관광객과 국제행사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며 “부산은 몇 년 새 외국인에게 ‘낯선 도시’라는 이미지에서 ‘가보고 싶은 도시’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기준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가장 빠른 속도다. 지난해 7월 누적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2만4779명이었다. 올해 외국인은 작년보다 23% 더 많았다. 역대 최초로 부산 방문 외국인이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방문 외국인 수뿐 아니라 관광의 질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OTA ‘플리기’에서는 ‘2024 젊은 층에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선정됐으며, 뉴욕타임스는 아름다운 5대 해변 도시에 부산을 소개하기도 했다. 부산시가 지난해 관광객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외국인 기준 재방문 의향은 89.6%에 달했다. 관광 콘텐츠 만족도가 4.28점으로 가장 높았다.
글로벌 마이스 시장의 트렌드 ‘블레저(비즈니스와 레저의 합성어)’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부산시는 분석하고 있다. 블레저 여행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7092억 달러 규모였으며, 2034년 4조219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과 레스토랑, 해변과 같은 휴양지와 날씨 및 문화·상징적 명소 등이 블레저 목적지의 요건으로 꼽힌다.
부산시는 지역 마이스 인프라의 거점 벡스코를 중심으로 해운대 국제회의복합지구 ‘해비뉴(HAEVENUE)’를 조성했다. 마이스 관련 시설은 이곳에 집중되고 있다. 벡스코의 가동률은 이미 지난해 전시 포화상태로 해석되는 60%를 넘어섰다. 벡스코를 중심으로 5성급 호텔 10곳이 3266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두 개의 백화점 등 해비뉴를 중심으로 숙박·쇼핑·공연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다.
부산시는 미식·의료·글로벌 IP(지식재산권)·워케이션 등 특색있는 관광 생태계를 조성해 마이스 산업과 연계할 예정이다. 태양의 서커스 부산 공연을 2030년까지 정기 공연으로 추진하고, 이를 핵심 하이엔드 관광 콘텐츠로 육성할 계획이다. 부산형 워케이션 공간은 해외 이용자로 확대하고, 치료와 미용 및 웰니스를 융복합한 관광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7월 달성한 국제행사 유치 ‘4관왕(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 2028 세계디자인수도, 2028 세계마술챔피언십, 2026 세계도서관정보대회)’을 달성한 것은 부산만의 강점을 가지고 접근한 전략적 성과”라며 “도시 인프라와 콘텐츠, 시민 참여 중심의 유치 콘텐츠를 만드는 한편, 국제행사 유치를 통해 세계 각국 도시와 다양한 협력 사업들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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