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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맞춤인재 찾아 삼만리…"10년차 미만 비싼 몸 모십니다"

입력 2025-09-16 17:17   수정 2025-09-17 00:34


“주방이 두려운 요리사한테 딱인 포지션이죠.”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서치펌 대표 역할을 맡은 한지민(강지윤 역)은 극 중 한 요리사에게 ‘식품개발연구원’을 제안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요리사는 그간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주방을 떠나 식품개발연구원이 될 기회를 얻고 새출발하게 됐다. 이 드라마는 처음으로 헤드헌터라는 직업을 정면으로 다룬 이야기로, 채용 시장에서 대규모 공개채용이 자취를 감추고 경력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헤드헌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1조 시장’ 떠오른 헤드헌팅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드헌팅 시장은 2020년 약 3500억원에서 2023년 8000억원, 올해 1조2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서치펌은 4000여 곳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인 통계가 없어 업계 추산으로만 짐작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헤드헌팅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80년대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 사업보고서를 보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외국인 투자가 늘어 외국계 회사가 국내로 몰려들었고 자연스럽게 헤드헌팅 수요가 발생했다. 당시만 해도 핵심 인재보다 국내 안착을 위한 실무인력과 지사장 비서 등 비교적 손쉬운 포지션의 채용 대행이 대부분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헤드헌팅 시장은 성장기를 맞았다. 1997년 당시 노동부가 최고경영자(CEO), 기관장, 고위관리자 등 고급 인력을 대상으로 연봉 20% 이하의 수수료를 받고 영업할 수 있도록 국내 유료직업소개 요금 고시를 개정하면서다. 이후 맞닥뜨린 외환위기는 서치펌업계에는 기회로 작용했다.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이 잇따르자 경영 효율화가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고,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진출이 증가하면서 ‘맞춤인재’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헤드헌터 타깃은 ‘85~90년생’
최근 기업들이 찾는 맞춤인재는 현업에 있는 10년 차 안팎의 경력자다. 10년 차를 넘어서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일이 많아 이직이나 전직을 고려하는 시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기업이 선호하는 경력 연차도 10년 차 안팎이다. 김유선 리멤버 헤드헌팅혁신2팀장은 “기업이 가장 많이 찾는 인재의 연령대는 1985~1990년생”이라며 “업무 숙련도가 높으면서도 중간간부가 되기 전이라 몸이 무겁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치펌에는 경력 5~18년 차가 가장 ‘돈이 되는 시장’이다. 국내 최초 서치펌인 유니코써치의 권용주 상무는 “‘워킹레벨’인 5~18년 차 대리·과장·차장·부장급을 대상으로 한 헤드헌팅이 가장 활발하다”며 “퇴직 시기가 앞당겨진 데다 젊은 조직을 선호하는 기업 문화가 맞물린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임원급 헤드헌팅 대상도 연령대가 예전에 비해 낮아졌다. 김 팀장은 “대기업에선 임원 후보자를 찾을 때도 1976년생부터 1979년생까지를 선호한다”며 “기업공개(IPO)를 앞둔 스타트업에선 C레벨을 찾을 때 1985년생 안팎을 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C레벨·임원급 전문 서치펌인 브리스캔영의 박혜진 이사도 “1970년대 후반생을 가장 많이 찾고 1980년대 초중반생도 선호하는데 1970년대 중반만 돼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AI 인재’ 공급은 헤드헌터도 역부족
코로나19 이후엔 테크 스타트업이 크게 늘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헤드헌팅이 급증했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져 헤드헌터와 서치펌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브리스캔영은 AI 인재를 전담하는 조직을 별도로 꾸려 핵심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박 이사는 “AI는 어떤 산업에 국한돼 있지 않아 첨단기술이나 제조업종에서도 AI 직무 인재를 찾는 대기업들의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인재가 연봉이 높은 해외 기업으로 나가는 사례가 많지만 서치펌의 중개로 이들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기도 한다.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을 위한 지원이 이전만 못하고 빅테크들이 인력 감원을 추진하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국내 AI 인재 다수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으로 향하는 게 현실이다. 중국 기업은 자국 서치펌을 통해 미국 빅테크에서 받던 연봉을 맞춰주지만 국내 기업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대다수여서 서치펌들의 난제로 꼽힌다. 김 팀장은 “기혼이면서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면 학비만 1년에 1억원이 드는데 연봉 수준이 맞춰지지 않는 국내로 불러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조직 컨설팅도 헤드헌터 몫
헤드헌팅 시장이 고도화하면서 헤드헌터에게 요구되는 전문성도 향상되는 추세다. 단순히 인재 채용을 넘어 조직 진단과 개편, 그에 맞는 직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헤드헌팅을 하려는 수요가 커져서다. 후보자를 찾는 일을 포함해 조직 컨설팅으로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최근 AI 인재 매칭 솔루션으로 후보자 검색 시간이 대폭 단축돼 더 전문적인 업무 영역으로 수요가 집중된 영향도 있다. 박 이사는 “기업이 조직을 새롭게 꾸려야 할 때 리더를 누구로 할 것이며, 그 밑에서 함께할 핵심 인재들을 어떤 직무의 누구로 구성할 것인지를 구상 단계부터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헤드헌터들은 전문성을 갖췄으면서 다양화된 수요를 충족할 서치펌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직 컨설팅과 퇴직자 전직 지원도 요구하는 국내 기업과 출산휴가·육아휴직 대체자를 찾아달라는 외국계 기업의 요청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AI 채용 솔루션이 등장한 만큼 단순 ‘딜리버리’ 역할에 그치는 정도의 헤드헌터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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