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낮 12시께 서울 서소문동의 한 오피스건물 17층은 점심시간을 쪼개 수업을 들으러 온 직장인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카메라와 모니터링용 화면을 앞에 두고 ‘즉흥 발표 방법’ 교습을 받고 있었다. 스피치 강사는 오프닝-보디-클로징으로 세분화해 수강생의 목소리 톤, 손동작 등을 꼼꼼하게 짚어줬다. 건축회사 엔지니어인 수강생 장모씨(33)는 “매주 화요일 점심을 거르고 스피치 수업을 듣는다”며 “갑자기 상사나 공무원 앞에서 발표해야 할 때 능숙하게 말하고 싶어 회사 몰래 다니기 시작했는데 최근엔 회사 야유회 진행을 할 정도로 말하기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평생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평생학습 관련 비형식 교육 참여율은 32.7%에 달했다. 비형식 교육 참여율은 자격증, 직무능력 개발 등과 관련한 사설 업체를 통해 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2022년 28.0%, 2023년 31.9%에 이어 3년째 상승했다.
사회초년생들은 스피치, 비즈니스 매너, 운전 등 직무 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강의를 적극 찾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스피치학원에서는 ‘보이스 코칭’과 ‘스몰토크, 칭찬, 맞장구’ 등 공감 스피치 수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을 앞둔 20대와 신입 직장인 30대가 주 수강생이다. 면접 대비반과 그룹 수업은 예약이 꽉 차 대기자가 생길 정도다.
한 학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큰 목소리와 자신감을 키우려는 목적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실무형 소통 능력을 중점적으로 배우려는 직장인이 전체의 7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상대가 난처하지 않게 사과하는 방법 등 대화 기술도 가르친다”고 했다.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스피치 외에 코딩, 자격증, 운전 연수 등 직무 능력과 관련한 강의로 확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선 코딩 부트캠프, 데이터 분석 스쿨,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반이 성업 중이다. 면허를 딴 뒤에도 운전 연수를 하기 위해 다시 학원 문을 두드리는 청년도 많다. 운전 연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회사 출근길 운전 연습이 필요하다’거나 ‘지방 출장을 대비해 고속도로 주행을 익히고 싶다’는 20, 30대 수강생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직장에서 갖춰야 하는 기본을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는 사람이 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설 스피치학원과 운전연수학원은 회당 9만~12만원으로 신입직원이 부담하기 적잖은 금액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입시 경쟁에 내몰린 세대는 협력과 소통 경험이 부족한 채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며 “직업훈련이나 공공영역의 지원이 병행돼야 이들의 적응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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