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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칩 사지 마라" 中, 자국기업에 금지령

입력 2025-09-17 23:06   수정 2025-09-18 00:56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최신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칩 구매를 전면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칩 공급망을 자립시키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자국 주요 기업에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설계한 저사양 추론용 칩인 RTX 6000D의 주문과 테스트를 즉각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중국에선 최근 수만 개에 달하는 RTX 6000D 주문이 논의되며 검증 중이었지만 당국의 지시 이후 이 같은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번 조치는 엔비디아에 대한 한층 강화된 제재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또 다른 중국 전용 칩인 H20 구매를 제한했다. H20을 국가 안보와 관련한 업무에 쓰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칩 공급망을 자립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한 빅테크 임원은 “예전에는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엔비디아 칩 공급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며 “이제는 모든 기업이 토종 시스템 구축에 매달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RTX 6000D의 성능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칩은 샘플 테스트에서 RTX 5090보다 성능이 떨어졌으며 최신 아키텍처인 블랙웰을 기반으로 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일반 GDDR 메모리를 장착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의 관심은 여전히 학습·추론이 모두 가능한 고성능 H20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중국발 악재가 겹친 꼴이 됐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지난 15일 엔비디아가 중국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엔비디아가 2019년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를 인수할 당시 중국 정부가 승인 조건으로 제시한 약속을 지켰는지를 들여다본 것이다. 당시 엔비디아는 6년간 중국 시장에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이유로 일부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중국 당국은 이를 조건 위반으로 판단해 지난해 12월 반독점 조사를 개시했으며 이번 예비 조사 결과 위반 혐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법 규정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과징금은 2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엔비디아 칩에 대해 백도어 문제를 제기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들을 소환해 H20 칩의 보안 리스크를 해명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백도어는 정상적인 보호·인증 절차를 우회해 정보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기술적 장치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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