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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 눌러낸 에너지...바렌보임이 그려낸 베토벤의 황금기

입력 2025-10-02 08:00  

베토벤은 하이든, 모차르트와 같은 고전주의 거장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자신의 자유의지와 이상향을 강렬하게 표현하여 음악의 새 시대를 열었다. 그의 존재는 곧 낭만주의의 시작이었다. 1802년부터 1814년경까지 베토벤은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음악사를 뒤바꿔놓을 혁신적인 작품들을 쏟아낸다. 로망 롤랑은 베토벤의 황금기에 나온 작품들을 통틀어 ‘걸작의 숲’이라 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음악의 경계를 넓힌 교향곡 중 <교향곡 3번 영웅 (Symphony no.3 in E flat major, op.55 ‘Eroica’)>, <교향곡 4번 (Symphony no.4 in B flat major, op.60)>, 그리고 <교향곡 5번 (Symphony no.5 in c minor, op.67)> 등이 꼽힌다.

1990년대 말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슈타츠카펠레 베를린(Staatskapelle Berlin: 베를린 국립 오페라의 전속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완주했다. 2000년에 이 연주는 워너뮤직을 통해 앨범으로 발매되었는데, 베토벤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베토벤의 황금기를 재현하는 의미에서 교향곡 3번, 4번, 5번이 당시 연주를 리마스터한 음원으로 3장의 LP에 담겼다. 바렌보임은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완주할 때 “음악 안에서 내가 성숙하고, 내 안에서 음악 또한 성숙하길 기다렸다.”고 밝혔는데, 그의 음악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영예로웠던 시기에 연주된 앨범이 아니었나 싶다.




장엄함의 시작. 교향곡 3번 “영웅” (Symphony No. 3, Eroica)

제1악장 Allegro con brio. 벅찬 희망을 담은 두 음이 시작을 알리고, 서서히 주제부로 향한다. 금관과 목관의 대비, 박진감 넘치는 리듬의 전환, 매 순간 긴장과 이완을 거듭하는 1악장이 베토벤 마이스터 다니엘 바렌보임의 절제된 해석으로 음반에 담았다.

제2악장 Marcia funebre: Adagio assai. ‘장송 행진곡’이라는 별칭이 붙은 악장답게 1악장의 강렬한 분위기를 전환시켜, 무겁고 장엄한 뉘앙스를 살려낸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빠른 속도의 리듬으로 톡톡 튀면서도 교향곡 전체의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악장인데, 갑작스러운 박자 전환이나, 관악기로 만들어낸 재밌는 소리들은 베토벤의 창의성을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Molto. 주제 하나를 내놓고 여러 방법으로 가공하는 변주곡 형식인데, 바렌보임은 카라얀같이 역동적인 에너지보다는 정제된 뉘앙스로 영웅을 마무리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테마. 교향곡 4번 (Symphony no.4 in B flat major, op.60)

교향곡 제4번은 베토벤이 후원자였던 오퍼스도르프 백작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그가 평생 갈구했던 자유와 희망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제1악장 Adagio ? Allegro vivace.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로 시작된 서주와 대조적인 주제부가 아름다운 선율을 이루며 악장을 이어가고, 경쾌한 연주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제2악장 Adagio. 1악장과 동일한 소나타 구조를 띠고 있는 2악장은 클라리넷이 주도하면서, 현악기와 대화하듯이 서정성을 표현한다. 고요한 호수 위에 던져진 돌이 만든 잔물결처럼 바렌보임은 이 곡을 아름답게 풀어낸다.

제3악장 Scherzo-trio: Allegro vivace. 목관악기에 의한 목가적인 악상이 주된 3악장은 처음부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싱코페이션이나 헤미올라가 특징인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곡의 스케일과 멋을 잘 살려낸 것이 인상적이다.

제4악장 Allegro ma non troppo. 하나의 모티프가 악장 전체를 지배하는 강렬한 마무리 곡으로 지휘자와 연주자의 모든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운명적인 교향곡 5번 “운명” (Symphony no.5 in c minor, op.67)

제1악장 Allegro con brio. 첫머리의 인상적인 여덟 개 음인 “솔솔솔-미, 파파파-레” 동기가 교향곡 전 악장을 관통하는데, 베토벤을 상징하는 소리기도 하다. 지휘자에 따라 이 부분을 천천히 강조하며 연주하기도 하고, 힘차고 빠르게(Allegro con brio)라는 악보 표기에 따라 악장의 기본 템포와 거의 같은 속도로 연주하기도 한다. 이 앨범에서 바렌보임은 악보에 충실한 연주 방식을 택해 일관된 1악장을 들려준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들판 위를 거닐며 평온하고 사색적인 순간이 펼쳐지는 연주로 1주제가 시작되고, 진취적이고 힘 있는 관현악 연주가 2주제를 잇는다. 변주의 명수였던 베토벤은 부드러움부터 강력함까지, 주제에 숨겨진 요소를 교묘하게 끄집어냈는데 음반에 그 특색이 생생하게 담겼다.

제3악장 Allegro.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분산화음이 호른의 스케르초 주제부로 이어지는 창의적인 구성의 악장이다. 관현악의 선율 하나하나가 더해져 승리의 찬가로 이행하는 음악 여정을 어둠 속에서 찬란한 빛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이끌고 간 지휘자의 노련미가 돋보인다.

제4악장 Allegro-Presto 관악기의 색채가 증강되어 화려한 울림으로 마무리하는 악장인데, 단연 감상의 압권은 “짠”하고 끝나는 페르마타 음이다.



절제된 베토벤의 에너지

앨범에 담긴 바렌보임의 해석은 과장되지 않지만, 절제미로 베토벤의 본질적 에너지를 눌러 담아낸 느낌이다.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5번과 비교했을 때는 강렬함과 견고함이 덜 느껴지고,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에 비해 소리의 완성도가 아쉽긴 하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누가 연주했든 베토벤의 ‘걸작의 숲’을 거니는 것은 심장이 타오르는 경험이다.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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