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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떨어졌다' 듣던 롯데는 어떻게 하노이 ‘핫플 메이커’가 됐나 [안재광의 대기만성's]

입력 2025-09-25 16:28   수정 2025-09-25 16:33


롯데가 요즘 잘되는 게 별로 없죠. 연간 수조원씩 이익을 냈던 주력 계열사 롯데케미칼이 코로나 사태 이후 대규모 적자를 수년째 이어가고 있고 롯데마트나 롯데슈퍼 같은 유통 사업도 쿠팡에 밀려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 1위를 넘봤던 롯데면세점은 현상 유지조차 힘들고요. 심지어 희망을 걸었던 야구마저 ‘가을야구’가 불투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롯데가 해외에선 ‘의외로’ 잘하는 것도 있어요. 베트남 하노이에 2023년 문을 연 초대형 복합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대표적인데요. 하노이의 ‘핫플’이 됐다고 합니다. 개장 초반이고 롯데가 좀 과장해서 홍보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요. 많은 유통 전문가들이 “굉장히 트렌디하다”거나 “한국 롯데보다 더 잘해놨다”는 의견을 내놨어요.
결정적으로 롯데가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같은 걸 베트남에 2~3개 더 짓겠다고 얼마 전에 발표했어요. 잘된다는 결정적 증거이죠. 롯데는 요즘 안되는 사업에 투자할 겨를이 없어요. 신동빈 회장은 작년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은 타사에 부탁하는 게 종업원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어요. 안되는 사업은 억지로 붙잡고 있지 않고 잘되는 사업에만 투자하겠다는 의미였어요. 한국과 달리 해외, 특히 베트남에서만큼은 롯데가 미친 존재감을 보이고 있어요. 그 비결이 당연히 있습니다. 위기의 롯데가 해외에서 찾은 해답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알아봤어요.




◆과감한 포기, 그리고 선택과 집중

사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짓기 전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하노이 도심인 호안끼엠에서 7~8km가량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아주 좋진 않거든요. 지나가다 들르는 게 아니라 일부러 가야 하는 것이죠. 근데 웬걸요. 진짜 일부러 많이들 찾아왔어요.
2023년 9월에 문을 열었는데 1년도 안 돼 방문객이 1000만 명을 넘겼어요. 하노이 인구는 868만 명인데요, 최소 한 번씩은 다들 방문해 봤다는 얘깁니다. 9월 3일이 베트남 독립기념일 연휴인데 이땐 하루에 10만 명 넘게 왔다고 해요. 작년 연간 방문객은 1200만 명을 넘었어요. 연간 매출은 3000억원을 넘겼고요.

이런 성공은 물론 우연이 아니었어요. 롯데는 베트남에서 2008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어요. 롯데백화점이 호찌민의 다이아몬드 플라자를 위탁 운영한 게 시작이었어요. 또 롯데마트도 들어갔죠. 현재 15개나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그러면서 현지화 ‘근육’을 키운 것이죠. 롯데마트는 특히 한국 마트와는 좀 다르게 운영을 했어요. 롯데의 PB(자체 브랜드) ‘요리하다’를 활용해 직접 조리를 해주는 ‘요리하다 키친’을 운영하가나 볼링장도 넣었어요. 이런 식으로 현지화를 대대적으로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 동선 같은 것을 익힌 것이죠.
이건 롯데몰을 열 때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우선 공간의 50% 이상을 먹고 마시고 체험하는 것으로 채웠어요. 쇼핑몰이나 백화점은 사실 매출과 이익의 대부분이 패션 제품 판매에서 나와요. 명품 브랜드나 패션 브랜드 혹은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 잘돼야 돈을 잘 벌어요. 문제는 요즘 사람들이 이런 데 돈을 많이 안 쓴다는 것이에요. 한국도 백화점 가보면 식당가는 바글바글한데 여성복이나 남성복 코너는 텅텅 빈 것을 많이 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백화점들이 식당가나 커피숍 같은 걸 더 늘리지 못하는 건 이런 먹고 마시고 체험하는 시설물은 돈이 잘 안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롯데는 베트남에 진출할 때 과감하게 패션 브랜드 매장을 줄였어요. 베트남 국민소득은 1인당 약 4700달러인데요. 구매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죠. 그래서 베트남 롯데몰에는 명품 브랜드가 화장품 말곤 거의 없어요. 비싼 매장을 많이 깔아봐야 판매가 안될 게 뻔했어요. 그래서 우선 사람들이 오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베트남 현지 개방형 서점인 ‘냐냠’이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크래비’ 같은 게 대표적이죠. 한국에서도 유명한 직업 체험관 ‘키자니아’와 실내 테마파크 ‘챔피언1250’ 같은 곳도 있어요. 또 현지 맛집도 즐비하게 뒀어요.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핫팟’ 같은 곳을 입점시켰고 한국의 ‘한와담’이나 ‘이차돌’도 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와서 할 게 많고, 먹을 게 많은데 분위기는 엄청 고급스러워요.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썼거든요. 유명한 아티스트와 협업한 설치 미술이 곳곳에 있어요. 1층에는 갤러리도 있고요.

◆中 사드 보복 반면교사 삼아

브랜드 구성도 남달랐어요. 하노이에 처음 들어온 브랜드만 80개가 넘어요. 240여 개 브랜드 매장 가운데 30%나 됩니다. 향수 브랜드 조말론이나 딥티크도 최초 입점이고 최근 아메리칸 럭셔리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코치 매장도 처음 들어갔어요. 또 언더웨어로 유명한 빅토리아 시크릿도 있죠. 여기에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단독 매장으로 들어갔어요. 이건 하노이에 쇼핑몰을 운영 중인 일본의 이온몰이나 베트남 현지 최대 기업 빈그룹도 하지 못한 것이었어요.

이런 단독 유치가 가능했던 건 중국에서의 교훈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롯데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부지를 제공했다가 중국에서 보복을 당한 경험이 있어요. 100개가 넘었던 롯데마트, 롯데슈퍼뿐 아니라 백화점과 쇼핑몰도 전부 정리하고 나왔어요. 근데 철수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어요. 물건을 공급하는 도매상, 중국에선 이들을 ‘거상’이라고 하는데요. 거상들이 롯데에 물건을 잘 안 줬어요. 그래서 중국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 가면 상품 구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었어요. 한마디로 살 게 별로 없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롯데는 베트남을 공략할 때 브랜드 유치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어요. 또 도매상들과 관계도 잘 쌓았고요. 여기에 더해 베트남 정부와도 잘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지난 8월 베트남 서열 1위 또람 공산당 서기장이 한국에 왔을 때 신동빈 회장이 접견하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베트남 사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도 성공 요인이죠. 롯데는 과거에 순혈주의가 강했어요. 내부 출신들이 승진해서 사장, 부회장에 올랐어요. 특히 유통사업이 그랬어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출신이 승승장구했어요. 이런 순혈주의는 내부 결집력이 강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성과보다는 내부 정치에 치중한다는 단점도 있어요. 이건 롯데가 잘될 때는 괜찮았는데 안될 때 큰 문제를 드러냈어요. 예컨대 직원 수를 줄이거나 매장을 통합할 때 성과보다는 관계에 의존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식이죠.

신동빈 회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롯데가 위기에 처하자 사람부터 바꿨어요. 현재 롯데의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은 김상현 부회장인데요, 글로벌 기업 P&G에서 30년 넘게 근무했어요. 미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해외 경험도 많고요. 김상현 부회장은 미국식 성과 우선주의를 내세웠어요. 관계에 의존하던 롯데의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았죠. 여기에 롯데백화점의 정준호 사장도 외부 출신입니다. 신세계에서 왔어요. 정준호 사장은 패션 브랜드 전문가예요.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 패션 브랜드를 총괄했거든요. 몽클레르, 마틴 마르지엘라, 어그 같은 해외 브랜드를 국내로 처음 들여온 게 정 사장이었어요. 이런 외부 전문가들이 주도해서 롯데몰의 혁신을 주도한 게 주효했던 겁니다.

롯데는 해외에서 쇼핑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요. 인도네시아에선 대형마트를 48개나 운영하고 있어요. 대형마트 기준 3위에 올라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롯데마트는 한국과 좀 다른데요. 코스트코처럼 창고형이고 대용량 위주로 판매해요. 그래서 도매형 매장이라고도 해요. 장사하시는 분들이 롯데마트에서 물건을 떼다가 팔아요. 48개 매장 가운데 36개가 도매형 매장입니다.

베트남에선 롯데리아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258개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미국에 1호 매장을 열기도 했는데 엄청나게 긴 대기줄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이 밖에도 롯데호텔이 미국의 심장부 뉴욕 맨해튼에 운영 중인 롯데뉴욕팰리스 호텔도 현지에서 평가가 좋죠.

롯데가 워낙 위기라고 하니까, 이런 해외에서의 성공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이런 ‘소소한 성공’을 발판 삼아 지금의 위기를 잘 헤쳐 나갔으면 합니다.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jka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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