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접을 받으며 백악관으로 들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과 악수할 때와 달리 손에 힘을 뺀다. 시 주석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핀다. 회담이 끝나자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을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 똑같이 15%로 낮춘다고 발표한다. 중국은 그에 대한 선물로 미국 항공기와 농산물 도입을 약속한다. 이윽고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스마트폰, 철강, 석유화학 제품 등이 미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한다.상상만으로도 섬뜩한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화해는 평화만 불러오는 게 아니다.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제품의 미국 입성이 뒤따른다. 미국은 안보 등의 이유로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제품 수입을 막고 있지만, 두 정상이 악수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직격탄은 한국 기업들이 받게 된다. 한국 자동차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중국 비야디(BYD)와 경쟁해야 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화웨이 샤오미와 시장을 갈라먹어야 한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더 이상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몫이 아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의 최강자인 중국 CATL이 이들이 쥐고 있던 시장을 가져갈 수 있다. 태양광도, 가전제품도, 철강도 마찬가지다.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히든카드였던 ‘마스가 프로젝트’는 아예 설 땅을 잃을 수도 있다.
미국의 중국 규제는 트럼프 집권 1기인 2018년부터 시작됐다. 분명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더 큰 틀에서 보면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 덕을 보는 게 더 많다. 최대 라이벌인 중국을 견제해줘서다. 중국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이 778억달러(약 108조원)로 7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게 증거다. 미국이 중국과 언젠가 화해 무드로 돌아서기 전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과 상품성을 갖추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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