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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 읽어주는 남자] 탄소배출권거래제 시장, 잠에서 깨어날까

입력 2025-10-02 06:00  

[한경ESG] ESG 투자 읽어주는 남자



최근 환경부가 개최한 4차 배출권거래제 공청회에서 나온 한마디가 투자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바로 “발전 부문 유상 할당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공짜 배출권’에 익숙했던 기업들은 충격에 빠졌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한국 탄소배출권거래제(K-ETS)는 2015년 출범 이후 줄곧 ‘잠자는 시장’으로 불려왔다. 무상 할당 비중이 90%에 달해 기업들이 굳이 배출권을 사고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계획기간(2026~2030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발전 부문 유상 할당이 현행 10%에서 50%로 늘고, 발전 외 업종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1톤당 8600~9000원에 거래되는 한국 배출권(KAU)은 유럽연합(EU)의 85달러(약 11만 원), 캘리포니아의 26달러(약 3만5000원)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다. 유상 할당 확대로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투자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1톤당 6만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가격의 7배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한국형 시장안정화예비분(K-MSR)의 도입이다. K-MSR은 Market Stability Reserve, 즉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EU는 2019년 이를 도입한 뒤 탄소가격이 3배 이상 뛰었다. 한국도 비슷한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정책에 따른 급격한 가격 변동은 줄고, 보다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배출권 시장은 할당 대상 업체만의 리그였지만, 일반투자자에게도 문이 열린다. 오일영 기후정책관은 이번 공청회에서 “금융기관 참여 확대를 통해 시장 유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은행·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거래 참여를 허용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배출권 연계 펀드나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등장할 여건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고, 거래량과 가격 발견 기능이 개선될 전망이다.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기금관리자 등 금융기관이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시장규모는 연간 약 5000억 원에서 수조 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11월 도입 예정인 위탁매매 시스템을 계기로 개인투자자도 간접적으로 배출권에 투자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탄소배출권 직접투자와 함께 주목할 분야는 기후 기술 기업이다. 탄소포집 및 저장·활용(CCUS)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재조명되고 있으며, 관련 공사를 수주하는 특화 기업도 실질적으로 사업 성과를 내고 있다. 유상 할당이 확대되면 탄소비용이 현실화되면서 이들의 기술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이 변화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제6조를 기반으로 한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도 본격화된다. COP29에서는 마다가스카르가 한국과 첫 ITMO(국제적으로 이전된 감축 성과) 거래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감축비용 부담은 완화되고, 해외 감축사업 참여를 통한 새로운 수익 기회도 열릴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탄소시장 역시 성장 중이다. 중국의 전국 배출권거래제 확대, 일본의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동북아 지역 시장 연계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시장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국제기준에 맞는 탄소가격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수출기업들이 어차피 탄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국내에서 먼저 적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한국 탄소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전략은 무엇일까? 단기적으로는 배출권 ETF를 통한 간접투자가 편리하다. 이미 국내 상장된 4종의 ET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025년 11월 위탁매매 시스템 도입 이후 국내 배출권 직접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또 기후 기술 기업 투자 시 정부 정책과의 연계성이 중요하다. 탄소중립 설비 지원사업, CCS 국책과제 등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비교적 안정적 성장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4차 배출권거래제는 한국 탄소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뜻한다. 할당 방식의 변화, 시장 활성화, 국제 연계를 통해 새로운 투자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ESG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지만, 탄소배출권은 다르다. 실질적 감축 효과와 투자 수익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진짜 ESG’ 투자 기회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단계적 접근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정책 리스크와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한 신중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2030년 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정부의 강한 정책 드라이브가 배출권 가격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탄소시장의 성장 스토리에 동참할 골든타임이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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