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없이 예전에는 어떻게 일했는지 모르겠다. 진짜 요새 생산성, 업무 효율성이 미쳤다.”요새 연구원 동료는 물론이고 지인들까지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약 1년 전부터 생성형 AI 성능이 급격히 좋아지고 프롬프팅 난도가 내려가기 시작하고 결정적으로 올봄부터 검색증강생성(RAG)을 활용한 딥리서치(혹은 딥서치) 기능이 유료 버전에 장착되면서 연구직·사무직에서는 놀라운 생산성 향상이 일어났다.
직원들이 각자 빠릿빠릿하게 일 잘하는 연구조교 혹은 업무비서 한 명씩을 데리고 일하는 상황과 흡사해졌다. 필자는 검색 AI를 통해 1차 검색을 하고 이후 생성형 AI 앱을 열어 딥리서치를 통해 초벌 조사와 분석 등을 의뢰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올바른 질문,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배경지식 그리고 환각현상이라는 AI의 거짓말을 걸러낼 전문성이다.그런데 얼마 전 7월 취업자가 17만 명 이상 증가했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15개월째 하락세이며 20대의 ‘쉬었음’ 인구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청년 고용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발표를 보자 문득 또 다른 깨달음이 밀려왔다. 지금 10년차 이상 사무직·연구직 직원들의 엄청난 생산성 향상, 업무 효율성 제고가 인턴, 신입사원의 필요성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나 업무 초기에 자료를 찾고 초벌 분석하며 젊은 직원들은 경험을 쌓으며 전문성을 키웠고, 이 과정에서 암묵지가 전달됐다. 핵심 인력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그런 과정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신규 직원이나 인턴의 필요성이 줄면서 새로운 세대의 조직 진입이 적어지고,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방식의 ‘전승’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생산성 향상도 일어나 긍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난 수년간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변화하면서 예전에는 신입 등 젊은 직원들이 담당하던 일종의 ‘잡무’도 거의 모든 연령대·연차 직원에게 분담됐고 시스템화됐다. 한마디로 ‘시킬 일’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꿔 이제 기존 조직의 인력과 업무 매치 구조, 업무의 배분 형태와 역할 등을 AI 직원들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다시 짜야 한다. 직무 설명(job description)과 R&R(roles & responsibilities)의 대대적 수정 및 개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조직의 변화를 고민하고 더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조직, 그런 기업들만이 AI 시대에 가장 빠르게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이 될 것이다.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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