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엔비디아의 HBM3E 12단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D램 12개를 쌓아 데이터 처리량을 극대화한 HBM3E 12단은 엔비디아의 B300, AMD의 MI350 등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최신 HBM이다. 삼성은 AMD는 뚫었지만 엔비디아 벽은 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HBM3E 8단 및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한 과정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10월께 진행된 HBM3E 8단 품질테스트는 통과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갑자기 주문이 연기됐다. 경쟁사보다 한 세대 구형인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4세대 D램(1a D램)을 HBM3E의 코어 다이(기본 재료)로 넣은 탓에 엔비디아의 깐깐한 발열 관련 요구 성능을 맞추지 못한 탓이다.
이랬던 삼성이 8단보다 고성능인 12단 제품으로 엔비디아의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1a D램 재설계를 통해 발열 문제를 잡은 덕분이다. 승부수를 던진 건 지난해 5월 반도체(DS)부문장으로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이었다. 올해 초 엔비디아 경영진과 만난 뒤 ‘HBM3E용 1a D램 재설계’를 지시했고, 배수진을 친 HBM개발팀이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
검증을 끝낸 엔비디아가 삼성에 주문을 넣은 건 당연한 수순이다. 삼성을 추가 공급사 리스트에 올리면 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납품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이은 세 번째 공급사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HBM3E 12단은 자존심 문제였다”며 “매출에 큰 도움이 안 되더라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HBM4에 10나노 6세대 D램(1c D램)을 투입하는 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3E에 넣은 1b D램을 HBM4에도 투입한다. 삼성은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를 4㎚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으로 만들지만,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의 12㎚ 공정을, 마이크론은 자체 12㎚ 공정을 활용한다. 스펙만 보면 삼성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엔비디아가 최근 루빈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HBM 업체에 “데이터 처리 속도를 초당 10기가비트(Gb) 이상으로 높여달라”고 요청한 것도 삼성에는 호재다. 삼성이 구현한 속도는 11Gb로 엔비디아가 요구한 수준을 넘어섰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의 요구를 못 맞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달 엔비디아의 HBM4 요구 성능을 맞춘 샘플을 납품할 계획이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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