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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냉난방 솔루션 '잰걸음'…네옴시티도 뚫는다

입력 2025-10-02 06:01   수정 2025-10-02 09:01

[한경ESG] ESG Now


‘가전의 제왕’으로 불리는 LG전자가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전문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에 들어설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하면서다.

HVAC은 데이터센터의 필수 인프라로, 시장규모가 2034년 750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알짜 시장’이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HVAC 매출을 지금의 2배인 20조 원까지 늘려 가전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경영진 사우디 방문

업계에 따르면 조주완 최고경영자(CEO·사장) 등 LG전자 주요 경영진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조 CEO는 네옴시티 내 첨단산업단지(옥사곤)에 들어설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 경영진과 만나 LG전자가 초대형 냉각솔루션을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전자의 냉각솔루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급 규모가 수조 원 단위로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옥사곤은 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700조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미래 도시 건설 사업인 네옴의 핵심 프로젝트다. 글로벌 물류 중심 수에즈운하 인근 두바항(港)에 8각형 모양 인공섬을 조성하고 AI, 6G(6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물류를 아우르는 첨단산업단지로 육성하는 게 목표다. 조 CEO는 사우디 수주 건에 대해 “네옴시티에 칠러 뿐 아니라 냉각솔루션까지 들어가게 되면 사업 규모가 조 단위까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옴시티는 지난 2월 데이터센터 전문 운영사 데이터볼트와 함께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 1차 완공을 목표로 옥사곤 내 35만m2 부지에 데이터센터가 건설된다. 옥사곤을 활보할 자율주행차, 로봇 등 피지컬 AI(AI를 구현하는 기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AI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규모는 1.5GW로, 빅테크가 한 지역에 구축하는 용량(800MW~1GW)보다 크다. 데이터볼트의 1차 투자액은 50억 달러(약 7조 원)다.




미국, 동남아서 수주 행진

HVAC는 최근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빅테크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군이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간 서버가 분출하는 열을 식혀 효율성을 높이고 전력 소모량을 줄여야 해서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16억 달러(약 420조 원)에서 2034년 5454억 달러(약 760조 원)로 커진다.

LG전자는 2023년 말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아프리카 지역 본부를 신설하는 등 일찌감치 네옴 관련 수주에 힘써왔다. LG전자는 에어컨, 칠러 등 HVAC 사업을 하며 축적한 냉방기기 기술력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상업용 디스플레이, 대형 빌딩·공장용 HVAC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등을 통해 고객사와 협의할 능력을 갖췄다.

조 CEO 취임 이후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을 미래 사업으로 일찌감치 점찍어 기존 공랭식(공기 냉각)이 아니라 수랭식(물로 냉각) 기술도 확보해놨다. 냉각수 분배 장치를 활용해 반도체를 직접 냉각하는 액체 냉각 솔루션이 본보기다. 칠러(초대형 냉방기) 시장에서도 2년 내 매출 1조 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다.

HVAC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도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월 노르웨이 온수 솔루션 기업 OSO를 인수했다. 유럽에서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난방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OSO는 이 분야 필수 기술인 스테인리스 워터스토리지 부문 유럽 1위 업체다. HVAC의 ‘마지막 퍼즐’인 온수 관련 핵심 기술까지 확보한 것이다.

엔비디아 납품도 추진

최근 LG전자는 MS의 AI 데이터센터에 칠러를 공급하기로 합의했고, 지난 4월에는 HVAC 세계 1위인 일본 다이킨을 제치고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 일감을 따냈다. 세계 최대 AI서버 서버 제조사인 엔비디아와는 냉각수분배장치(CDU) 공급을 위한 품질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CDU는 AI 서버로 냉각수를 순환하는 액체 냉각의 핵심 장치다. LG전자는 연내 인증을 통과해 내년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냉각 방식을 공랭식(바람)에서 수랭식으로 바꿨다. 수랭식은 공랭식에 비해 냉각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전력 소모도 적어 AI 열관리의 대세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LG전자가 HVAC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는 건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사업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해놓은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LG전자의 HVAC 제품에는 가상 센서 기술이 적용돼 주요 부품이 고장 나도 곧바로 바로잡아 냉각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가전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칠러 효율도 4.5% 끌어올렸다. 수랭식 냉각 솔루션의 경우 에어컨 사업을 통해 쌓은 냉매·열교환 기술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LG전자의 판단이다. LG전자는 올해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수주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사우스’(동남아시아·중남미·중동) 공략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경남 창원에만 있던 HVAC 개발 전담 조직을 연내 인도에도 설치하기로 했다.

B2B 사업 비중 확대

LG전자는 지역별 맞춤형 HVAC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연구개발(R&D) 거점도 설치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알래스카, 지난 6월 노르웨이 오슬로, 8월 중국 하얼빈에 히트펌프 연구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이용해 열을 실내·외로 이동시키는 냉난방 장치로, HVAC의 대표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경남 창원에 차세대 HVAC의 R&D 거점인 ‘LG전자 HVAC 연구센터’도 설립한다. 2027년 상반기 완공될 연구센터에서는 에어컨부터 히트펌프, 칠러,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까지 차세대 냉난방공조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연구센터는 국내 냉난방공조 연구기관으로는 최초로 극고온·극저온 실험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춘다.

LG전자는 HVAC 사업을 2030년까지 20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 HVAC 사업부를 생활가전본부에서 떼어내 ES(에코솔루션)사업본부로 분리했다. ES사업본부는 기존 가정과 상업용 공간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원자력발전, 메가팩토리 등 신성장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ES사업본부의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 원, 3500억 원을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HVAC를 앞세워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 비중을 지난해 35%에서 2030년 45%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10조 원 수준인 HVAC 연 매출을 2030년 20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HVAC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한 M&A도 지속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박의명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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