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굴종적 사고”라며 “강력한 자주국방의 길을 열겠다”고 21일 밝혔다. 이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외국 군대’라고 표현하고 ‘굴종’ 등 강한 표현을 쓰면서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군(軍) 통수권자로서 자주국방 의지를 원칙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역할 변화 등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주장하는 민감한 상황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면서 “세계가 갈등 대립을 넘어 극단적 대결과 대규모 무력 충돌을 향해 가고 있다”며 “우리는 외부의 군사 충돌에 휘말려서도 안 되고,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전작권 환수에 반대하는 군 장성을 비판한 사례를 언급하며 “똥별이라는 과한 표현까지 쓰면서 국방비를 이렇게 많이 쓰는 나라에서 외국 군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인식을 질타한 노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출국하기 전날 SNS에 예상 밖 글을 쓰자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 정예화와 자주국방의 중요성에 대한 평소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며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계기 삼아 자주국방 체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국방비 증액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늘어난 국방비는 우리 군을 21세기 미래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스마트 강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첨단 과학기술과 자산을 도입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북 억제의 핵심 축인 주한 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간과한 인식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핵 앞에서 경제력, 우월한 재래식 무기가 무슨 소용이냐”며 “자주국방이라는 말은 듣기에는 좋지만 감성적이고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현실에는 무감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성 위원장은 “한·미 동맹을 깨자는 말로밖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은 “외국 군에 대한 의존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은 당연한 얘기지만 주한 미군 감축, 전작권 전환 등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큰 희생과 각오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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