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공간이다. 불량품을 줄이기 위해 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먼지와 이물질을 차단하면서 내부 온도·습도를 완벽히 제어해야 해서다. 이 때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회사는 클린룸 건설을 아무한테나 맡기지 않는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엔브이에이치코리아의 계열사 케이엔솔은 모그룹의 검증된 기술로 클린룸 사업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었다. 25년간 현대자동차에서 인정받은 자동차 내장재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반도체사는 물론 배터리사의 생산라인도 뚫었다.
구자겸 엔브이에이치코리아 회장 겸 케이엔솔 회장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부 소음 및 충격을 흡수해 자동차 내부를 통제하는 내장재와 클린룸 사업의 성격이 비슷해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사업에 도전했다”며 “배터리 사업의 필수 공간인 드라이룸 분야도 클린룸 사업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드라이룸은 공기를 냉각할 때 내부 온도를 영하 40도로 유지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치명적인 습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클린룸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있나.
“일본에서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통해 건물 내 탄소 배출과 에너지효율을 관리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봤다. 이때 공조 분야가 미래 중요한 산업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마침 첨단 공조 시스템의 핵심인 클린룸으로 1500억~1800억원 정도 매출을 거두는 원방테크라는 기업을 알게 됐다. 자동차 부품 외에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 회사를 인수했다.”▷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검증된 회사하고만 거래한다. ‘나 기술 있다’고 해서 아무나 부르지 않는다. 반대로 그 장벽을 넘어서면 새로운 경쟁사가 들어오기 쉽지 않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경쟁사인 신성이엔지와 함께 국내 반도체 클린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유다.”
▷드라이룸 시장은 어떤가.
“2차전지를 생산하려면 물기가 하나도 없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케이엔솔은 드라이룸의 핵심인 습기제거장치(DHU) 기술로 20년 넘게 여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해외 대규모 수주 경험이 적은 게 흠이었다. 그래도 국내 배터리 제조 3사의 관계 회사가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 반도체 클린룸 수주 경력을 통해 드라이룸 기술도 있다는 걸 오랜 시간 증명해 드라이룸 거래처를 뚫었다.”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
“2020년 SK이노베이션(현 SK온)이 폭스바겐 납품을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우리가 1000억원에 육박하는 드라이룸 프로젝트를 처음 따냈다. 당시 케이엔솔 연간 매출에 준하는 규모였다. 다른 경쟁사들은 유럽, 중국에 몰두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유럽 대신 미국 관련 사업에 집중했다. 그다음 미국 포드의 배터리 드라이룸 설비까지 맡았다.”
▷수주 잔액이 급증했다고 들었다.
“중국이 시장을 선점한 유럽과 달리 미국에선 중국 드라이룸과 클린룸 기술에 신뢰도가 높지 않다. 우리 같은 후발주자도 미국 시장에선 선두가 될 수 있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독일 폭스바겐 등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자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미국에 집중한 케이엔솔이 혜택을 받았다.”
▷케이엔솔의 최고 경쟁력이 무엇인가.
“수율(정상 제품 비율)이다. 우리의 완성도가 90%라면 중국 업체들은 30%도 안 된다. 한 번에 드라이룸과 클린룸을 지어 이 정도 수율을 기록하는 건 아주 큰 경쟁력이다. 중국이 저가 공세를 펼쳐도 마지막엔 수율 때문에 우리를 찾는다. 중국 업체가 지으면 드라이룸과 클린룸을 두 번 건설해야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체 기술력으로 처음 제시한 가격 그대로 한 번에 지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중국 공세가 엄청나다.
“중국 배터리 기업 때문에 노스볼트 같은 유럽 배터리 제조사가 무너졌다. 그래도 배터리 내재화에 어려움을 느낀 GM, 포드, 폭스바겐 등이 최근 배터리 공장을 직접 지으려 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이달부터 유럽 체코 공장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현대차·기아와 GM, 포드, 폭스바겐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직접 생산이란 흐름에서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 구자겸 회장 약력
△1959년 서울 출생
△1977년 동북고 졸업
△1981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1991년 미국 아이오와대 기계공학 박사
△1992년 쌍용자동차 연구소 팀장
△1999년 엔브이에이치코리아 회장
△2018년 케이엔솔 회장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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