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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뉴욕과 도쿄의 특별한 별다방

입력 2025-10-29 14:50   수정 2025-10-29 14:51

▶브랜드 스페이스 탐구 [1] 토라야 아카사카점

완전히 비워낸 텅 빈 마음속의 공간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언제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때때로 그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i>‘아 커피 한잔 제대로 마시고 싶다.’</i>



커피에 대해 아는 것은 커피의 맛을 더 씁쓸하게 만들 뿐이다. 커피는 열매가 아닌 씨앗이다. 과육을 활용하는 허니 프로세스 같은 가공법도 있지만 대부분의 과육은 버려진다. 열매 하나당 씨앗이 두 개라는 사실은 여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커피나무는 마른 공기 속에서 개화하지만, 또 촉촉함이 필요한 시기가 있어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일명 커피 벨트 지역에서 자란다. 또 중력이 약한 고지대에서 잘 자라는 등 정말 까다롭다. 언젠가 커피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어 산지들을 조사해 본 적이 있다. 여전히 커피 산지들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환경의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그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나고 씨앗만 남겨져 말려지고 때때로 다른 대륙으로 건너와 뜨거운 열기에 볶아지고 그다음에야 내 앞의 테이블로 올라온다. 그런데 이 음료 한잔에 담긴 실제 커피라는 물질의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다. 이 음료의 대부분은 물이다. 그러니 인간 삶의 무의미함이나 공허함은 이 커피 원두 한 알의 생애주기에 비하면 가소로운 수준이다.
이 커피 한 잔에서 시적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

가스통 바슐라르는 문학과 공간을 아우르는 독특한 저서 <공간의 시학>에서 시적 이미지는 언어의 예측 불가능성을 허용함으로써 표현의 검열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도록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은 어느 정도 예측 불가능함이 필요하다. 바나나를 먹을 때는 바나나다운 맛을 기대하지, 예상치 못한 맛이 나를 놀라게 해주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를 마실 때는 은은하게 감도는 산뜻한 향과 그 속에서 솟아오르는 핵과류의 부드러운 산미와 단맛, 또 깔끔한 마무리를 느끼길 원하고, <신의 물방울>처럼 그 한잔에 온 우주를 압착한 듯한 밀도를 원하는 것은 아니어도 내가 한 번도 발을 디뎌본 적 없는 대지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맛보기를 원한다. 게다가 아주 특별한 원두를 사는 일도 어렵지 않으니 괜찮은 취미생활이다. 소량 경매를 통해 입수한 고급 원두를 파는 로스터리도 있고, 외국 예능 프로를 보다가 처음 보는 로스터리가 등장하면 그 원두를 직구할 수도 있는 세상이다.



물론 커피 한 잔의 자유는 직접 커피를 만들 때 극대화된다. 클릭 수를 조절할 때마다 딸깍 소리를 내는 핸드밀이 주는 감각, 아침마다 그 숫자를 세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괜찮은 의식이다. 호리병이나 깔때기 같은 추출 도구의 모양마다 달라지는 맛도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커피는 먹고 마시는 것 중 가장 어두운 편에 속한다. 비슷한 색의 초콜릿처럼 많은 사람을 매료시키고 그만큼 거대한 산업을 이루고 있지만 그 색 때문인지 악마적 본성이 숨겨져 있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그 이중성, 모순성은 거기에 형이상학적 측면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페소아의 한 시구에서 초콜릿을 커피로 바꾸어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i>‘커피(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
(Olha que nao ha mais metafisica no mundo senao cafe(chocolates))
</i>

하지만 이 형이상학성은 그 한 잔의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때 나타난다. 먹고 마시는 것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행위는 시간을 두고 커다란 반격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그 타격은 건강과 삶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렇기에 정말로 가성비를 따져야 하는 것은 공간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지불한 대가만큼 지금 내가 머무는 공간은 가치를 제공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카페만큼 가성비 좋은 공간도 없다.



스타벅스는 시적인 커피 한 잔보다는 예측 가능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스타벅스는 모든 커피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내리기도 하지만 때때로 끌어올리기도 한다. 지금의 스타벅스를 만든 전 CEO 하워드 슐츠가 1995년 Annual Report에서 언급한 직장과 가정이 아닌 제3의 공간(third places)이라는 개념은 현재까지도 이 브랜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커피 한 잔이 아닌 공간을 강조하던 이 브랜드는 비슷한 시기에 공간을 디자인하는 조직을 구성하였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린 매장들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에 몇 군데 되지 않는 스타벅스 로스터리 매장은 우리가 알던 그 스타벅스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뉴욕 스타벅스 로스터리

이곳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로알드 달의 찰리의 초콜릿 공장 같다. 먼저 공간의 가장 중심에 자리 잡은 황동색의 물체가 시선을 이끈다. 그리고 거기서 뻗어 나오는 파이프가 천정에서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데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커피 등이 이동하는 장치다.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ARRIVIAMO 바, 커피와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메인 바, 모든 곳에서 커피가 만들어지는 제조 공정을 볼 수 있는 익스피리언스 바 등 과거에 정육점 등이 늘어섰던 미트패킹 지역에 있어서인지 제조 과정을 볼 수 있어 믿고 상품을 살 수 있었던 그 상점들처럼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작은 상자에 갇힌 고탄성의 입자처럼 중첩되고 충돌한다. 다양한 높이의 공간이 서로 얽혀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상영한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뿐 아니라 로스터, 커피나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감상하도록 구성된 이 공간은 관객과 배우의 경계가 허물어진 무대 장치다.

거대한 로스팅 기계가 갈색의 물결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 옆에는 로스터가 서 있었는데 누군가와 대화하기에 관계자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손님 중 한 명이었다. 이 뉴욕 스타벅스 로스터리를 소개하는 페이지에는 마스터 로스터에게 언제든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고 되어있다. 율동과 노래를 하며 초콜릿을 만들지는 않지만 정말 찰리의 초콜릿 공장 같은 곳이다.



도쿄 스타벅스 로스터리

뉴욕과 달리 이곳에서 형성되는 시선은 그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엘리베이터 등의 코어 시설이 있는 안쪽부터 이 로스터리가 위치한 메구로 지역이 한 번에 보이는 외부의 테라스까지 시선이 방사형으로 뻗어나간다.

먼저 가장 안쪽에서는 모든 층을 관통하는 황동색의 물체 사이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공간의 조도를 최소화하고, 반사가 있는 유리를 활용해 외부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그래서 뉴욕의 로스터리만큼 넓지 않지만, 구석으로 걸어 들어가면 새로운 공간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이 공간이 반영한 지역적 특색은 어쩌면 외부의 기와지붕을 재해석한 듯한 장식이 아니라 이 시선의 방향, 근경, 중경, 원경이 겹겹이 쌓인 공간 내의 시선에 대한 접근 방식이라 볼 수도 있다.

이는 이곳을 설계한 사람이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구마 겐고 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가 활용한 동양적 미의 요소는 외부로 드러난 장식이 아니라 공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정신적 측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기에 서로를 바라보기 위해 만들어진 뉴욕의 로스터리와 달리 이곳에는 정말로 커피를 즐기러 온 사람들, 또 업무상이나 개인적 만남을 위해 온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메구로 지역은 높은 층고의 건물이 많지 않아 그 개방감에 마음이 트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건물들의 꼭짓점들이 만들어내는 실루엣을 호수의 수면이나 나무의 우듬지처럼 바라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측 가능한 형태의 윤곽들이 모여 이룬 예측 불가능한 표면. 난 여기에서 무엇을 끌어낼 수 있을까? 혹은 무엇을 투영할 수 있을까?

<i>a kind of ‘third place’ where they can escape, reflect, read, chat or listen.</i>



‘제3의 공간’은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가장 먼저 ‘escape’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무엇으로부터의 탈출일까? 이 이전에 언급되는 단어들은 가정과 직장에서의 역할이다. 그다음 단어는 ‘reflect’다. 정확한 해석은 아니겠지만 완전히 비워낸 내면의 텅 빈 공간에 투영된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까? 이 말을 한 명실공히 성공한 CEO였던 하워드 슐츠도 그런 제3의 공간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많은 사람이 지금 있는 곳으로부터 탈출해서 자기 자신과의 시간을 가지길 원한다. 하지만 고요한 호숫가 앞 오두막에서 보내는 시간은 현대인에게는 신화에 가깝다. 어쩌면 지금 당장 나가서 10분 이내 거리의 공간에서 호수보다는 많이 작긴 하나 훨씬 더 어두운, 그래서 내면을 비워내는 데 도움을 주는 동그란 수면 위에 잠시나마 몽상을 피워낼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원두의 생애주기는 그렇게까지 허망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놓인 이 커피 한 잔은 그냥 커피 한 잔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만들어주는 형이상학적 한 잔이기 때문이다.



박정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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