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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식용금지'에 밀려드는 수입 흑염소

입력 2025-09-22 17:33   수정 2025-09-29 18:35

전남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흑염소 농장을 운영해온 이모씨는 요즘 들어 농장의 흑염소 수를 차츰 줄이고 있다. 이씨의 축사에선 흑염소를 3000마리까지도 너끈히 키울 수 있지만, 지금은 700마리 안팎만 기르고 있다. 그는 “수입 흑염소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며 “가격이 너무 빠르게 내려가 흑염소를 많이 키울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 흑염소 시세, 20% 넘게 떨어져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지역축협의 가축시장에서 살아 있는 흑염소(거세)가 ㎏당 평균 1만4287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연평균 가격이 ㎏당 1만8433원인 것과 비교하면 단숨에 22.5% 떨어졌다. 한 흑염소 농장주는 “요즘엔 ㎏당 7000~8000원 정도로 가격이 더 내려갔다”며 “최소한 1만2000원은 돼야 인건비에 사료값까지 건지는데, 지금은 키울수록 손해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흑염소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컸다.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으로 보신탕집을 새로 여는 것이 금지되면서 그 빈자리를 흑염소가 채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보신탕 가게 중엔 메뉴를 흑염소로 바꾸는 곳이 늘었고, 경매시장에선 흑염소 낙찰가가 ㎏당 기준으로 한우를 뛰어넘기도 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외국산 때문이다. 개 식용 금지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흑염소 고기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흑염소를 포함한 염소 고기 수입량은 2023년 5995t에서 지난해 8143t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만 6790t이 수입됐다. 올 1~8월 수입량은 전년 동기(5325t)보다 27.5% 늘었다.

국내산 흑염소는 물량이 적고 값이 비싸다 보니 흑염소 가게 사장들이 외국산을 찾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 기르는 재래종 흑염소는 보통 1년 넘게 키워야 하고, 체중도 50㎏이 안 될 때가 많다. 반면 해외에서 키우는 흑염소(보어 종)는 12개월만 키워도 몸무게가 60㎏ 넘게 불어나고, 100㎏이 넘는 대형 흑염소도 많다는 설명이다. 식당 점주들은 “국내에서 키운 흑염소 고기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도 말한다. 국내산 흑염소는 주로 진액 같은 추출물을 만드는 데 쓰이다 보니 정작 염소탕 및 염소 고기로 쓸 물량은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 “흑염소 수입쿼터 도입해달라” 요구도
흑염소 농가 단체는 농식품부에 “흑염소 수입량을 일정 수준으로 묶는 ‘쿼터’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일이 없도록 단속을 강화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흑염소 농장주는 “흑염소 식당을 가보면 국물 내는 뼈다귀만 국내산이고 정작 고기는 외국산인 곳이 허다하다”며 “손님들이 외국산을 먹으면서 국내산을 사 먹는 것처럼 착각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도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래종 흑염소의 종자를 개량해 성장 속도를 앞당기고 크기를 키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흑염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구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흑염소가 육류로서 소비계층을 넓히려면 돼지고기처럼 쉽게 구워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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