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초만 하더라도 흑염소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컸다.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으로 보신탕집을 새로 여는 것이 금지되면서 그 빈자리를 흑염소가 채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보신탕 가게 중엔 메뉴를 흑염소로 바꾸는 곳이 늘었고, 경매시장에선 흑염소 낙찰가가 ㎏당 기준으로 한우를 뛰어넘기도 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외국산 때문이다. 개 식용 금지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흑염소 고기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흑염소를 포함한 염소 고기 수입량은 2023년 5995t에서 지난해 8143t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만 6790t이 수입됐다. 올 1~8월 수입량은 전년 동기(5325t)보다 27.5% 늘었다.
국내산 흑염소는 물량이 적고 값이 비싸다 보니 흑염소 가게 사장들이 외국산을 찾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 기르는 재래종 흑염소는 보통 1년 넘게 키워야 하고, 체중도 50㎏이 안 될 때가 많다. 반면 해외에서 키우는 흑염소(보어 종)는 12개월만 키워도 몸무게가 60㎏ 넘게 불어나고, 100㎏이 넘는 대형 흑염소도 많다는 설명이다. 식당 점주들은 “국내에서 키운 흑염소 고기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도 말한다. 국내산 흑염소는 주로 진액 같은 추출물을 만드는 데 쓰이다 보니 정작 염소탕 및 염소 고기로 쓸 물량은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도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래종 흑염소의 종자를 개량해 성장 속도를 앞당기고 크기를 키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흑염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구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흑염소가 육류로서 소비계층을 넓히려면 돼지고기처럼 쉽게 구워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