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피해자 878명을 속여 약 210억원을 가로챈 ‘룽거컴퍼니’ 피싱 조직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중국인 총책 A씨를 포함해 총 36명 규모인 룽거컴퍼니는 이번 양국 간 공조 수사로 총 34명이 붙잡혔다. 두 차례에 걸친 송환과 자진 귀국 등으로 이 가운데 21명이 구속됐으며, 태국에서 아직 구금 중인 A씨 등 9명은 송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총책 A씨는 중국에서 용맹함을 뜻하는 ‘자룡’을 예명으로 사용했다. 조직명인 룽거도 중국어로 자룡과 형님을 합성한 표현이다. A씨는 숙소와 사무실을 관리하고 범죄수익을 총괄했다. A씨는 바로 밑에 임원급 본부장 3명을 두고 조직 내부 관리·감독을 맡겼다. 이들 본부장 3명 중 2명 역시 중국 국적이다. 룽거는 로맨스스캠, 로또 보상 코인, 수사기관·금융기관 사칭, 군부대 사칭 등 4개로 사기 유형을 나눠 4개 팀을 꾸렸다.
1~4팀장은 범행을 지휘하고 팀원들은 피해자와 직접 대화하면서 속이는 ‘채터’ 역할을 담당했다. 외출·외박, 휴대폰 사용 등은 물론 화장실 이용까지 통제하는 등 군대식 위계질서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수익은 팀장이 30%, 팀원들이 15~18%를 나눠 갖고 절반 이상을 본부장과 총책이 함께 챙겼다. 범죄 성과가 뛰어난 조직원에게는 별도의 포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조직 내부에서 폭력 사건이 벌어지면서 룽거컴퍼니의 실체가 외부에 알려졌다. 지난 6월 탈퇴 의사를 밝힌 20대 조직원 김모씨가 다른 조직원들에게 쇠파이프로 집단 폭행을 당했고 김씨 가족이 한국 영사관에 감금 사실을 신고한 것이다. 태국 경찰이 곧바로 현장을 급습하면서 조직원 20명이 검거됐다. 이후 태국과 한국의 공조 수사로 A씨 등 윗선의 꼬리도 밟혔다.
억대 피해를 당한 상당수 피해자는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할 예정이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그동안 모은 전 재산 1억4000만원을 날리고 카드론과 제3금융권 대출까지 받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파타야 외에도 조직 사무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진/김다빈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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