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관련 업체들은 도시광산 산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원료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자원화 원료란 폐촉매, 폐인쇄회로기판(PCB),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쇄해 얻은 중간가공품을 말한다. 폐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폐PCB에는 구리 금 은 등이 함유돼 있다. 폐촉매에서는 백금족을, 폐영구자석에서는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폐기물 수거·분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 규모가 작고, 그마저도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광산 기업 대부분은 원료의 7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폐촉매에서 백금족을 생산하는 기업인 희성피엠텍은 폐촉매의 국내 조달 비중이 25%에 불과하다.
원료를 수입해 와도 문제다. 한국은 주요 경쟁국과 달리 폐금속류에 통상 3% 관세를 매기고 있어 원가 경쟁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재자원화 기업 에스쓰리알의 서종현 대표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다른 나라 재자원화 기업들과의 원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국내 재자원화 기업 211곳 중 80%가 종업원 20인 미만 소규모 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자원화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낮아 관세 부과 여부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에 한국도 폐금속류에 할당관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요한 만큼 싸게 들여올 수 있도록 특별 관세를 적용하자는 의미다.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몇몇 핵심광물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 이상에 달해 공급국을 다변화하고 있는데, 국내 도시광산이 활성화하면 수입 의존도 자체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광산은 천연광산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자원 회수가 가능하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천연 리튬 광석 1t에서 1.4㎏의 리튬을 추출할 때, 폐배터리는 t당 최대 70㎏의 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자원화는 친환경 산업으로도 꼽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도시광산은 버려진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천연광산 채굴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80%가량 감축할 수 있다.
김리안 기자
▶ 핵심광물 재자원화
폐배터리, 폐인쇄회로기판(PCB), 폐촉매 등에서 유용한 금속을 추출·정제해 산업 원료로 재투입하는 과정으로, 국내 자원 확보의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천연광산과 대비해 ‘도시광산’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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