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이 함께 자리를 비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길에 동행하면서다. 여당이 정부조직법 처리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수장 부재 중 금융당국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24일 미국으로 떠난다. 이 대통령의 뉴욕 방문에 동행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3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25일 뉴욕에서 '대한민국 투자 서밋'을 주재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IB) 등 글로벌 투자자에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이억원 위원장은 취임 일주일 만에, 이찬진 원장은 한달여 만에 해외 출장에 나서게 됐다. 이억원 위원장은 지난 15일, 이찬진 원장은 지난달 14일 취임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모두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출장 시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와중인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금융위와 기획재정부를 각각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2008년 출범한 현재 금융위는 17년 만에 문을 닫고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된다. 또한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분리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이라는 별도 조직이 된다. 금감원과 금소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조직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 수장이 자리를 비우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본회의 이후 금융감독체계 개편 작업의 첫 단추가 끼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예고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4시간이 지나면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종료시켜 왔다.
금융당국 양 수장은 직원들에게 조직개편안을 수용하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원장은 지난 16일 임원회의에서 "감독체계 개편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수개월 논의와 당정대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정부 조직개편안으로 최종 확정·발표된 사안"이라며 "금감원은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위원장도 취임식에서 직원들에 대한 편지 형식으로 "공직자로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을 따르는 게 우리 책무이자 의무"라며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금감원 직원들은 조직 개편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출근 전 금감원 로비에 모여 '검은 옷'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국회 앞에서 단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회 본회의 전날인 24일에도 옥외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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