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2일 14: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부펀드 KIC(한국투자공사)가 국내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해외 직접투자에 나선다. 법적으로 국내 투자가 금지된 KIC가 국내 운용사와 협업에 나서는 건 설립 20년 만에 처음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IC는 해외 투자를 위한 국내 PEF 위탁운용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주요 운용사를 롱리스트로 추린 상태이며, 최종적으로 2~3개의 운용사를 선정해 오는 11월께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KIC는 이와 관련한 공식 공고를 조만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총 1억~2억 달러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주로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 회사를 인수합병(M&A)할 때 투자금을 대는 펀드에 출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IC는 해외 기업 M&A 건에 투자하기 위해 2015년 정부로부터 50억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투자 실적이 전무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말 박일영 사장이 취임하면서 국내 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해 해외 투자에 나서는 방안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국내 PEF 운용사 선정도 궁극적으로 국내 기업을 SI로 유치해 해외 투자에 나서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처 발굴과 집행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국내 운용사와 협업을 통해 실행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KIC는 그동안 해외 위탁운용사와만 협업해왔다. 이번에 국내 금융사와 협업에 나서면서 KIC 자금이 각종 규제로 움츠러든 국내 PEF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해외 기관 위탁 중심의 투자 구조가 국내 운용사로 일부 옮겨오면서, 국내 운용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IC는 2005년 3월 제정된 '한국투자공사법'을 근거로 같은 해 7월 1일 설립됐다. 작년 말 기준 운용 자산 2065억 달러(약 288조원) 규모로, 글로벌 주요 국부펀드 가운데 14위를 기록했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본사를 두고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싱가포르, 인도 뭄바이 등 세계 금융 중심지에 거점을 설치해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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