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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초고령화, 이미 시작된 인구 절벽의 충격[서평]

입력 2025-10-02 12:51   수정 2025-10-02 12:52

소멸하는 일본 최후의 해법
정영효 지음│한국경제신문│2만2000원
한국 사회는 지금 전례 없는 인구 위기 앞에 서 있다. 합계출산율 0.7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이미 낯설지 않다. 유엔은 21세기 중반이면 선진국 대부분이 인구 절벽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소멸할 나라라는 불안한 수식어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가 당장 우리 일상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 실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인구 감소는 더 이상 추상적인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교통망이 끊기고, 편의점이 문을 닫으며, 건설 현장이 중단되는 등 사회 기반 전체가 흔들리며 경제와 삶의 구조를 뒤흔드는 실질적인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소멸하는 일본 최후의 해법’은 바로 이 현실을 10년 먼저 겪은 일본의 현실과 대응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경제신문 도쿄 특파원으로서 일본 전역을 발로 누비며 인구 감소가 사회에 남긴 균열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교통·건설·물류·외식·복지 등 일상과 직결된 분야가 어떻게 마비되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일본 정부·기업·지자체가 어떤 대응을 시도했는지를 면밀하게 추적한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현장에서 확인하며 한국 사회가 맞이할 내일을 ‘예습’할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일본 사회 곳곳에서 등장한 다양한 실험들이다. 마을 전체가 아이 돌봄에 참여해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나기초,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근무제를 바꿔 여성 직원 복직률을 90% 이상 끌어올린 기업은 인구 감소에 맞서는 작지만 강력한 해법을 보여준다. 한편 자율주행버스와 원격의료, 드론 배송, 조리 로봇 같은 첨단기술 실험은 고령화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 난제를 풀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제도의 한계, 재정의 부족, 사회적 저항 등으로 실패하거나 중도에 좌절됐다. 바로 이 대조 속에서 한국이 무엇을 시도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진다.

책은 5부에 걸쳐 일본의 인구 감소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부한다. 전반부에서는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인구 감소의 실태에서 출발해 무너지는 산업과 복지 시스템, 그리고 사회 인식과 문화적 규범의 변화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후반부에서는 일본 정부와 기업, 지자체가 내놓은 다양한 정책 실험을 분석하며 어떤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어떤 정책이 실패했는지를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한국 사회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즉 인구 절벽 시대를 슬기롭게 넘어설 길을 제시한다.

정영효 기자는 이미 전작 ‘일본이 흔들린다’에서 일본 사회의 균열을 폭넓게 다룬 바 있다. 이번 책은 그 후속작으로 균열의 가장 핵심 동력인 인구 구조 변화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기자로서 수많은 현장을 직접 취재하며 얻은 경험과 데이터는 책의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단순한 경제 분석서나 정책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길어 올린 목소리와 사례를 바탕으로 쓰인 만큼 책장을 넘길수록 일본의 현실을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소멸하는 일본 최후의 해법’은 결국 우리나라 독자를 위한 책이다. 일본의 시행착오를 ‘몰래 베끼는 심정’으로 썼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이 책은 우리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교훈을 얻기 위해 읽어야 할 필독서다. 인구 절벽의 충격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충격을 최소화하고 사회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일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쓰나미 앞에서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내일을 준비하는 데 가장 실질적이고 시급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최승헌 한경매거진앤북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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