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안토니아 폰 쉔부르크 주한독일상공회의소(KGCCI) 대표
마리 안토니아 폰 쉔부르크 주한독일상공회의소(KGCCI) 대표는 재생에너지, 순환경제, 다양성과 포용을 한국과 독일 기업이 함께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폰 쉔부르크 대표를 만나 양국 기업의 지속가능한 협력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ESG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기회이고, 기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마리 안토니아 폰 쉔부르크 주한독일상공회의소(KGCCI) 대표는 한국과 독일 기업 협력의 핵심축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순환경제, 다양성과 포용은 양국 기업이 공통적으로 추구해야 할 과제”라며 “KGCCI가 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폰 쉔부르크 대표는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ESG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독일은 해상풍력과 수소, 탈석탄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많고, 한국은 기술과 혁신 역량이 뛰어나다”며 “독일의 경험과 한국의 기술이 결합하면 에너지 전환의 세계적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KGCCI는 하반기에 ‘한-독 에너지데이’와 ‘한-독 수소 콘퍼런스’를 개최해 재생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독일 기업들은 이미 수소 기반 철강 생산, 탄소감축 기술, 순환경제 솔루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 내 독일 기업 역시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못지않게 폰 쉔부르크 대표가 강조하는 또 다른 화두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이다. 그는 여성 리더십 네트워크 ‘Women in Korea(WIR)’ 공동대표로 활약하며 멘토링과 네트워킹을 통해 차세대 여성 인재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한국은 아직 여성 리더가 많지 않고, 유리천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독일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겪고 있는 공통적 과제”라며 “한국은 비교적 단일민족 국가지만, 외국인 수가 늘고 있어 앞으로 사회와 기업이 어떻게 이들을 포용할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KGCCI는 CSR 활동에서도 사회적 연대를 중시한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걷는 ‘가이드 워커스(Guide Walkers)’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700명이 참여하며 KGCCI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례로, 기업과 사회가 함께 걷는 지속가능한 연대의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는 “다양성이 보장된 조직일수록 성과가 높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폰 쉔부르크 대표는 독일 기업들이 ESG를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원칙으로 내재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탄소감축이나 순환경제뿐 아니라 이사회 차원의 ESG 전담 조직, 임원 보상과 ESG 성과 연계, 직원 복지 확대까지 종합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내 독일 기업 역시 이 같은 변화를 현지 경영에 반영하며 ‘책임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기업에서 시작된 변화가 한국 기업에도 확산되길 기대한다”며 “지속가능성은 단기 유행이 아닌 기업의 생존 조건”이라고 말했다.
26년간 스페인과 스리랑카 등 독일 밖에서 생활한 폰 쉔부르크 대표는 한국 기업과 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회원사의 60% 이상이 네트워크 구축과 ESG 관련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과 독일이 함께 만들어가는 ESG 파트너십은 양국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폰 쉔부르크 대표와의 일문일답.
- KGCCI에 새롭게 취임한 지 이제 5개월이 지났는데, 소감은.
“지난 5개월을 돌아보면 한·독 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역동적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활력이었다. 부임 이후 부산에서 열린 이코노믹 아웃룩 2025, 우먼 인 코리아 리더십 포럼, 연례총회, 하반기 경제 전망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최근엔 공식 대표단 자격으로 메세 베를린과 IFA의 CEO들을 만났고, 120여 개 한국 기업 부스를 직접 둘러봤다. 최근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함께 하는 특별 간담회를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와 공동 개최했다. 앞으로도 양국 간 고위급 대화와 협력이 더욱 심화되길 기대한다.”
- 한·독 간 경제 유대를 강조했는데 어떠한 계획들을 구상하고 있나.
“혁신과 지속가능성, 상호 성장을 중심으로 한·독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하고 다양화하고자 한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문성을 활용해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고, 전기차와 수소 등 신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자동차, 화학, 제약 등 주요 산업 분야의 교역 확대와 함께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 제도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성인 학습자와 경력 전환자까지 확대해 산업 전반의 숙련 인력 수요 충족에 기여하고자 한다.”
- 한국 시장에서 독일 기업들이 직면한 주요 기회와 과제는 무엇인가.
“한국은 독일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혁신 중심의 환경과 기술·품질에 대한 높은 요구는 독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시험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한·독 해상 풍력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확인했고,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 출범은 로봇·AI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할 기회를 보여주었다. 다만, 복잡한 규제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도전 과제다. 특히 관세, 인증 부담,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은 독일 기업들이 우려하는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 독일 기업들은 ESG를 어떻게 내재화하고 실천하고 있나.
“독일 기업에 ESG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다. 환경 측면에서는 수소 기반 철강, 재생에너지, 순환 제품 설계 등 친환경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또 소비재 기업들은 포장, 자원 효율, 공급망 관리에 지속가능성을 통합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다양성과 교육, 직원 복지에 주목하며, 특히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통해 숙련 인력을 양성하고 장기적 고용 가능성을 보장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ESG 성과를 임원 보상에 연계하고, 공급망 실사와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을 준수하며 투명한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기업들은 진화하는 지배구조 기준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 지속가능 금융 전략을 위한 국가 자문 기구인 지속가능금융자문위원회(Sustainable Finance Beirat)의 재설치는 금융 정책을 ESG 목표와 정렬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 한국 정부의 ESG 정책 환경은 독일 기업에 어떤 기회와 도전이 되고 있나.
“ESG 공시 제도의 단계적 확대는 독일 기업에 긍정적 기회다. 이미 국제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운영해온 만큼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및 녹색경제에 대한 금융 인센티브와 협력 기회는 매력적이다. 다만, 공시 의무화 시점이 2026년 이후로 연기되면서 중장기 전략 수립에 불확실성이 있고, 스코프 3 배출 관리 등은 추가적 전문성과 자원이 필요하다. 또 공급망 실사, 기후 리스크 보고,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 관리 같은 과제는 전문성과 자원의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전력 생산의 60% 이상이 화석연료에 의존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는 독일 기업에 제약이 되고 있다.”
- 한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 기업의 ESG 모범 사례를 소개한다면.
“환경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활용과 순환경제 솔루션 도입, 사회적으로는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가이드 워커스(Guide Walkers)’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23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DEI 철학의 연장선으로 누적 1400명 이상이 참여하며 단순한 봉사를 넘어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지배구조에서는 한국 내 독일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와 다양성 강화, 국제기준에 맞춘 투명한 운영 방식을 정착시키고 있다.”
- 최근 진행된 ‘Guide Walkers’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
“Guide Walkers는 2023년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공동 CSR 프로젝트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걷는 어울림 마라톤을 통해 포용과 연대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첫해 280명에서 올해는 7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활동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서울시각장애인체육회, ‘어둠 속 대화(Dialogue in the Dark)’와 협력해 시각장애인의 삶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체험을 마련했다. 이는 독일 기업들의 사회적책임 실천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 Women in Korea(WIR) 공동대표로도 활동 중인데, 어떤 취지와 변화를 기대하고 있나.
“WIR은 한·독 기업 여성 리더의 역량강화와 네트워킹을 위한 플랫폼이다. 멘토링과 지식 공유를 통해 여성 임직원의 리더십 성장을 돕고 있으며, 지금까지 250명 이상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해 진행된 리더십 포럼에서는 여성 리더십과 심리적 안전성을 주제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한국은 아직 여성 리더가 많지 않고, 유리천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독일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겪고 있는 공통적 과제라고 본다. 앞으로도 여성 리더들이 자신감과 공감, 회복력을 갖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올 하반기와 내년 KGCCI의 주요 계획은 무엇인가.
“올 하반기에는 ‘한·독 에너지데이’, ‘한·독 수소 콘퍼런스’, 독일 와인 비즈니스 네트워킹 행사, 그리고 KGCCI 이노베이션 어워즈가 예정되어 있다. 내년 2026년에는 아시아·태평양 독일 비즈니스 콘퍼런스(APK)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독일 총리와 장관급 인사가 방한할 예정으로, 한국 기업들이 혁신과 투자 기회를 선보이며 독일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경제적 유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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