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흔들리던 시기, KB오토시스는 과감히 ‘현지화’ 카드를 꺼냈다.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공장을 세워 관세와 물류비용 부담을 줄이고, 북미 완성차 업체와의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단순한 생산기지 확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공급 능력과 고객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결정적 승부수다.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결정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KB오토시스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그동안 축적한 자동차 제동 기술력과 친환경 마찰재 개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토대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마찰재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B오토시스는 2022년 3800만달러(약 420억원)를 투입해 조지아주 메리웨더 카운티에 1만㎡ 규모의 현지 공장을 완공했다. 현대자동차·기아, 제너럴모터스(GM) 등 북미 완성차업체와 인접한 곳에서 주문·생산·납품을 일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통관 지연, 해상 운임 급등 등 외생(外生) 변수에 따른 공급 불안을 최소화했고, 고객사 생산 일정에 맞춘 적시 공급 체제를 구축했다. 이 공장은 단순한 조립라인이 아니라 연구·품질·물류를 아우르는 전략 거점이다. 부품 설계부터 품질 관리, 긴급 주문 대응까지 현지화해 북미 시장에서 협상력과 신뢰도를 끌어올렸다. 북미 항만·고속도로망과 가까운 입지는 물류비 절감 효과를 높였고, 미·중 갈등 등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관세 리스크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현지에서 축적한 생산·물류 데이터는 유럽·아시아 거점에도 적용해 글로벌 공급망 효율화를 이끌고 있다. 현지 인력 채용과 기술 교육을 병행하며 지역 사회 상생에 기여하고, 긴급 주문에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로컬 퀵 리스폰스’ 체계도 마련했다. 북미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이 잇따르는 것도 이런 기술·운영 역량 덕분이다.이 회사는 40년간의 기술 데이터를 현지 생산라인에 접목해 품질 관리 효율을 대폭 개선했다. 시험·검증 과정을 실시간 공유해 완성차 업체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충족하고, 불량률을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공장을 중심으로 한 추가 협력 및 생산력을 높일 계획이다. 북미 전기차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맞춤형 마찰재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개발 역량은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됐다. 지난해 전체 매출 2100억원 중 수출 비중은 65%에 달했다. 2010년 1000만달러 수출탑에 이어 2017년 7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등 정부 포상도 받으며 기술력 있는 성실 납세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저분진·저소음 신소재를 적용한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마찰재 설계·시뮬레이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북미·유럽 완성차 업체의 까다로운 규격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두고, 실차 테스트와 장기 내구성 시험을 병행하며 품질을 높이고 있다. 전기차 전용 패드 시장 확대에 맞춰 제동력·방열 성능을 강화한 차세대 마찰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친환경 설비 투자,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충남을 중심으로 한 첨단 제조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역 고용 확대와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협력사 품질 지원 및 공동 교육 확대 등으로 지역 경제에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김신완 대표는 “창립 40주년은 KB오토시스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시점”이라며 “향토기업의 따뜻함과 글로벌 기업의 도전정신을 품고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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