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에 위치한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BGSV)’는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특별한 시설이다. 이름 그대로 전 세계 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씨앗 금고(seed vault)’로 현재 전 세계에는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시드볼트와 BGSV, 단 두 곳의 시드볼트가 존재한다. 스발바르가 농작물 종자를 주로 보전한다면, BGSV는 야생식물 종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된다.BGSV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야생식물종의 30% 이상을 보전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5월 30일을 ‘BGSV의 날’로 지정했는데, 이는 목표 연도 ‘2050’의 숫자 5와 보전 목표치 30%를 나타낸다. 단순한 기념일 제정을 넘어,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책임과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일 뿐만 아니라 종자 보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BGSV는 올해 ‘세계식물원보전연맹(BGCI)’과 협력하여 ‘글로벌 종자 보전 지원 프로그램(Global Seed Conservation Grants Program)’을 출범시켰다.
지난달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 유럽 대륙에 위치한 18개 국가 20개 기관을 선정해 종자 기탁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주로 아시아 지역 기관과의 양자 협력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과는 BGSV가 진정한 글로벌 종자 보전 허브로 도약했음을 보여준다.
프로그램은 3년간 추진된다. 올해에는 ‘이지스자산운용’과의 ESG 협력사업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했다. 이는 민간과 공공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환경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범적인 사례다.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은 더 이상 추상적인 경고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다.
종자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식물을 보전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 생태계와 인류의 생존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비책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숲을 만들고, 그 숲이 다시 지구의 생명망을 지탱하기 때문이다.
BGSV와 글로벌 종자 보전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지구 생물다양성 보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소중한 노력이 지속이 가능한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류 공동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종자 보전의 길에 한국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큰 자부심인 동시에 무거운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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