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노란봉투법을 대변하는 가장 주요한 개정 사항이지만 ‘노동쟁의 대상 확대’ 역시 노동 시장의 상당한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주요 개정 사항 중 하나이다. 향후 법원이나 고용노동부의 구체적인 법해석을 기다려보아야 하겠으나, 현 시점에서 노동쟁의 대상 확대로 인하여 발생하게 될 변화를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i>#노동쟁의 대상 확대와 고용노동부의 입장</i>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쟁의의 대상은 노사간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상태로 규정되어 있다(제2조 5호). 즉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과 같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하여만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뿐,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하여는 이를 이유로 노동쟁의에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근로조건의 결정 외에도 ‘근로자의 지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새롭게 추가하였다. 그 중 핵심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서, 경영계는 이로 인하여 사업경영상의 결정권한이 침해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여 고용노동부는 위 조항의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가 밝힌 후속조치 계획 상으로는 단순 투자나 공장증설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며, 사업경영상의 결정 중에서도 정리해고와 같이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고 밀접한 경우에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교섭 대상으로 인정 가능하다면서, 향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이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인적·물적 조직체인 이상, 모든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근로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일반적인 가능성만으로 모든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 되어 불합리하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정리해고와 같이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고 밀접한 경우에 한하여 그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된다고 그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이해된다.
<i>#주요 사안별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i>
이를 바탕으로 주요 사안별로 노동쟁의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를 살펴보자. 우선 정리해고는 고용노동부가 밝히고 있듯이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고 밀접한 경우로서 노란봉투법 하에서는 노동쟁의의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수반하지 않는 공장증설·이전·외주화의 경우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반적 가능성에 불과하므로, 이는 노동쟁의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위와 같은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수반하여 ‘근로자의 지위’ 내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 가령 고용보장(자연감소를 제외한 인위적 구조조정 제한)이나 작업환경 등에 관하여는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합병, 회사분할, 영업양도와 같은 기업변동(M&A)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업변동 시 종래의 근로조건은 승계기업에 그대로 포괄승계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변동으로 인하여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을 이유로 위와 같은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을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에 수반하여 ‘근로자의 지위’ 내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 가령 승계 후 일정 기간 동안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경영자 인선의 경우 과거 MBC 사례에서 공정보도 침해 우려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는 공정보도 보장이라는 특유의 근로조건이 인정되는 언론사에 한정된 사안으로서 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고, 앞서와 마찬가지로 경영자 인선으로 인하여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 이것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기업 내 조직개편의 경우에도 그러한 결정 자체는 경영주체의 경영상 본질적인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그로 인하여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마찬가지로 그에 수반하여 ‘근로자의 지위’ 내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 가령 보직·직급·직제별 처우에 관하여는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직 노란봉투법 시행까지는 약 6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고, 고용노동부가 향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판단기준 마련을 예고한 상황에서, 그 파급효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물론 고용노동부는 경영계의 우려를 고려하여 단순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제한하여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에 수반하여 ‘근로자의 지위’ 내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가능해 보이고, 이를 우회적인 수단으로 활용하여 사실상 해당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를 반대하는 활동이 전개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까지 고려하여 추후 노란봉투법 시행에 미리 대비하여 예상되는 파급효과와 대책을 미리 점검해봐야 할 때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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