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발견이었다. 적어도 사물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감히 평가한다. 40여 명이 돌아가면서 3시간 동안 이야기해도 그 칭송은 끝이 없었다. 누구나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주전자 이야기다. 주전자? 그게 뭐라고. 대부분 그리 생각한다. 그 대부분에 당연히 나도 포함돼 있었다.
2001년 말, 충남 논산에 있는 작은 절의 마음 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비슷한 또래의 직장 선후배 40여 명이 함께했다. 낯선 환경에, 또 회사 밖에서의 프로그램이라 마음이 들떴다. 어떤 이벤트가 있을지 기대도 있었다. 적어도 그 주전자를 대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 프로그램에서 주전자를 만난 것은 우주를 만난 것 같은 충격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랬다. 40여 명이 둘러앉았고, 중앙에 주전자 하나를 놓았다. 주전자의 강점을 찾아 돌아가면서 이야기해 보라는 주문이 이어 나왔다. 주전자는 그냥 주전자, 거기에 무슨 강점이 있다고? 참가자들의 눈빛이었다.
침묵이 이어지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님이 첫 스타트를 끊었다. 주전자의 손잡이는 플라스틱으로 돼있어 뜨거운 주전자를 들고 움직이는데 불편하지 않다. 그 이야기였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누구도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다들 필시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형이상학적인 것을 찾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으리라.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아, 그게 주전자의 강점이구나.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그렇게 시작한 주전자의 강점 찾기는 휴식 시간 20여 분을 포함해 거의 3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형이상학적인 이야기, 즉 주전자론(論) 같은 얘기는 없었다, 누구나 ‘아 그거!’ 하면서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신기했다. 주전자에 이렇게 많은 강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또 그걸 찾아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뚜껑의 작은 구멍으로 김이 빠져 넘치는 것을 막아준다. 바닥이 평평해서 넘어지지 않는다. 꼭지가 휘어져 있어 물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아 준다. 뚜껑이 열리는 구조라 내용물을 넣고 빼기 용이하다. 항아리 모양의 둥근 형태여서 많이 담을 수 있다. 여기에 우리가 몰랐던 부분이 있는가? 또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있는가?
주전자에 대한 칭송이 하늘을 찔렀다. 과장을 좀 하면 우주를 만난 것 같은 충격이었다. 주전자에 이런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본체와 뚜껑, 손잡이로 구성된 단순한 사물인 주전자. 누구도 그 점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발견하지 못한 주전자는 사물이었고, 강점을 찾아낸 주전자는 우주였던 셈이다.
사물인 주전자를 우주로 표현하는 것은 과할 수 있다. 그러나 40여 명이 두 시간 이상 강점을 찾아낸 주전자는 더 이상 사물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 40여 명에게는 그랬다. 주전자를 사물과 우주로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 주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한쪽에서는 사물이고, 다른 쪽에서는 우주였다.
그 차이가 바로 ‘찾아낸다’, 즉 ‘발견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들어 낸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들어 내는 것은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이고, 발견한다는 것은 있는데 몰랐던 것을 ‘찾아 낸다’, 즉 ‘안다’는 것이다. 성찰이다.
이것이 코칭이다. 40여 명이 두 시간 이상 주전자를 상대로 그 강점을 찾아낸 것이다. 그 강점을 그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찾아낸 과정이 바로 코칭이다. 40여 명 모두가 코치였다. 코칭 철학에서 ‘모든 사람은 무한 잠재력(가능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칭은 성찰을 통해 그 강점을 찾아내 자신감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코칭은 항상 우상향이다. 모든 사람이 무한히 가진 잠재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다. 역시나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코칭은 사물인 주전자가 우주가 되게 했다. 최고의 지능과 학습 능력을 가진 영장류인 사람은 코칭을 통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성찰로 다시 자리 잡은 주전자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그래서 심오, 그 자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더임코치/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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