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인근 운터슐라이스하임에 위치한 BMW 재활용 혁신센터(RDC)에 들어서자 깡통처럼 구겨진 BMW M8 컴페티션이 보였다. 이곳에선 시장에 팔 수 없거나 수명이 다한 차를 '잘 버리는 방법'을 연구한다.
RDC는 BMW그룹이 1994년 설립한 곳으로, 독일 최대 규모다. 차에 쓰인 무수히 많은 금속·부품 등을 다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이곳을 거쳐 가는 차량은 연 6000대 수준이고 최대 연 1만대까지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BMW, M, 미니(MINI) 차들이 선반에 주차돼있었다. 곧 분해 작업을 거칠 차들이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차는 내연기관, 전기차 등 BMW그룹이 판매하는 모든 차종이다. 아직 양산 전인 수소차에 대한 재활용 계획도 이미 세워놨다고 한다.
차량 개발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해야 분해 시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스테판 아우만 BMW 재활용 혁신센터 총괄은 "수소차는 1977년부터 개발된 것으로 안다. 그때부터 재활용도 고려했다"며 "수소차의 경우 수소 스택과 배터리를 제거 후 재활용 공정을 거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후에는 폭발성 물질을 중화하기 위해 에어백이 제거됐다. 특히 이날 시연에서 배선 뭉치를 분리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차량 내 금속 회수를 위해 모든 배선 뭉치를 한 번에 뽑아내는 작업이다. BMW가 개발한 특수 도구를 사용했다. 1.5t가량의 아주 큰 송곳 같은 장비가 마치 스파게티를 먹듯, 차 안을 돌돌 감싸자 국수 같은 한 뭉치의 배선들이 감겨 나왔다.
이곳에 들어온 차들은 허투루 버려지는 것이 없었다. 배선을 제거해 구리 등 금속을 분리했다. 또 차량 분해 과정에서는 상태가 양호한 엔진, 변속기, 차량 문, 헤드라이트, 보닛 등의 차 부품도 깨끗하게 분리했는데 이는 거의 재판매된다고 한다. 스테판 아우만 총괄은 "전 세계 분해 업체와 같은 사업 방식이지만, 저희는 고객을 알고 판매한다. 엔진은 수만 유로의 가치가 있어 큰 사업"이라고 했다.

이렇게 잘 분해된 BMW 차들에서 뽑아낸 부품과 금속들을 포함하면 차 한 대당 약 95%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BMW그룹의 설명이다. 스테판 아우만 총괄은 "재사용률 95% 중 85%포인트는 재활용이 기본이고, 추가로 10%포인트는 열처리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회수한다"면서 "BMW 7세대 차량의 경우 일반 가정이 1~2주 쓰는 쓰레기양과 비슷한 수준이 재활용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재활용 원칙을 세우기 때문에 차량 개발 부서와 RDC 관련 부서는 동떨어진 파트가 아니라 적극 협력한다고 했다. 스테판 아우만 총괄은 재활용 때문에 차량 기술 구현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차량 부품 위치나 재질, 설계 변경 같은 것들이 해당한다. 분해 공정 중 차량 연료 탱크에 구멍을 뚫어 남아있는 연료를 빼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 또한 설계 단계부터 정해진 위치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빼냈다.

RDC가 보유한 부품 및 소재 재활용성에 대한 지식은 BMW그룹의 제품 개발 과정에 활용되고 있다. 수명이 다한 차량을 새로운 차량 제작에 쓸 원자재 공급원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복합 소재가 아닌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는 단일 소재를 사용하려는 노력도 기울인다고 한다. BMW그룹 공장의 생산 공정 또한 RDC 연구 결과에 따라 개선돼 신차 생산 공정에서는 부품 분해와 유형에 따른 재료 분리가 가능한 방식이 선호된다고 한다.

스테판 아우만 총괄은 "우리는 일종의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차량을 분해하며 얻는 모든 데이터를 다시 개발 부서에 전달한다"라며 "차량 개발과 분해, 다시 개발로 이어지는 순환을 통해 차량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랄프 해틀러 고객지원 애프터세일즈 부사장은 "RDC는 전 세계 약 3000개의 파트너와 협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활용 노하우를 최대한 전수하고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뮌헨(독일)=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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