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중국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로장생’에 대해 사담을 나눈 것이 포착됐다. 세계 정상들이 농담처럼 주고받은 ‘장수’에 관한 화두는 지금 글로벌 테크업계에서 거대한 투자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영국 항노화 특화 시장조사기관 롱제비티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지난해 항노화 및 장수업계에 투자된 금액은 84억9000만달러(약 12조원)로 약 330곳이 투자를 받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신비주의 영역에 가까웠던 항노화 연구가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술 융합을 통해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역시 2022년 세포 재프로그래밍에 도전하는 알토스랩스에 약 3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연 10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보상을 제시하며 업계 최고 과학자들을 모았다. 입사 자격이 최소 ‘노벨상 수상자’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알토스랩스는 지난해 계산연구소를 설립하며 생체 데이터에서 세포 회복력을 계산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2013년 칼리코를 세우며 일찍이 항노화 연구에 뛰어들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기술이 인간의 수명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설립한 기업이다. 이들은 노화 관련 유전자·단백질 연구로 노화의 근본적 원인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섬유증 등 노화 관련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도 오래전부터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 등 다수의 노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는 세계 항노화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102조원에서 2034년 197조원으로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항노화 연구가 각광받는 배경에는 AI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노화는 단순 질환과 달리 유전자와 단백질, 환경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원인 규명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최근에는 방대한 유전체 및 임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항노화 연구가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가령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등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등장은 노화 연구의 지평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다. 알파폴드는 수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연구자들은 알파폴드를 활용해 노화와 직결된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고 잠재적인 신약 후보군을 추릴 수 있다. AI는 신약 개발 속도를 기존보다 수십~수백 배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세상에 없는 단백질을 새로 설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존 AI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변형하거나 최적화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AI가 수십억 개 아미노산 조합을 학습해 전혀 새로운 서열과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제조된 합성 단백질은 노화와 직결된 섬유화 질환이나 염증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불로장생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회적 논쟁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부유층에만 접근권이 주어질 경우 새로운 불평등을 낳을 수 있는 데다 연금·노동·의료 시스템 재편이 불가피해서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