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각별’(메르세데스-벤츠) VS ‘키드니 그릴’(BMW)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을 양분해온 대표적인 브랜드다.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양사가 인기를 보여온 시장은 차이를 보였다.
엔트리급 3시리즈와 중형 세단 5시리즈에서는 BMW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반면 플래그십 세단에서는 벤츠 S클래스의 독주체제였다.
S클래스 보닛에 붙은 삼각별은 한국인에게 ‘성공의 상징’이었다. 사람의 콩팥을 닮은 키드니 그릴을 아무리 키워도 7시리즈가 삼각별을 앞지를 순 없었다.
영원한 2인자일 것 같았던 BMW 7시리즈가 올 들어 S클래스를 제쳤다.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BMW 7시리즈 등록 대수는 3525대로 벤츠 S클래스(2888대)를 앞섰다.
한국수입차협회가 집계한 판매 대수에서도 전기차 모델 i7을 포함한 7시리즈는 국내에서 총 3992대가 팔렸다. 벤츠 S클래스(전기차 EQS 포함)는 2915대로 7시리즈에 1000대 이상 뒤졌다. 최고급 라인업인 마이바흐까지 포함해도 3336대로 7시리즈에 못 미친다.
2022년만 해도 BMW 7시리즈 판매량은 2996대로 1만1645대를 기록한 S클래스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이듬해인 2023년에도 S클래스 9414대, 7시리즈 3487대로 S클래스 판매량이 7시리즈의 세 배에 가까웠다. 하지만 작년엔 S클래스 4678대, 7시리즈 4259대로 차이가 크게 줄더니 올 들어 역전된 것.
BMW 7시리즈가 벤츠 S클래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BMW 7시리즈(전기차 모델 i7 제외)는 740d xDrive M 스포츠(1억5070만원) 740i xDrive M 스포츠(1억7600만원) 750e xDrive 디자인 퓨어 엑설런스(2억110만원) 750e xDrive M 스포츠(2억410만원) 등 4개 모델로 1억5070만~2억410만원이다.
S클래스는 S 350 d 4MATIC, S 450 4MATIC 스탠다드 휠베이스, S 450 4MATIC, S 500 4MATIC, S 580 4MATIC 등 총 5가지 모델로 판매 중이다. 가격은 1억5160만원부터 2억1360만원이다. 사실상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BMW 7시리즈의 인기는 30~50대 구매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카이즈유데이터 연구소 분석 결과 구매 연령을 파악하기 어려운 법인 및 사업자의 경우 7시리즈가 2567대, S클래스가 2026대로 7시리즈가 500대 가량 더 많다.

개인 구매 고객의 경우 7시리즈는 30대(78대) 40대(308대) 50대(309대) 등 30~50대가 구매한 차량이 695대다. 전체(3525대) 판매 대수에서 법인 차량(2567대)을 제외한 958대 가운데 72.5%를 차지한다. S클래스는 30대(30대) 40대(156대) 50대(263대) 등 30~50대가 449대다. 마찬가지로 전체(2888대) 판매에서 법인 차량(2026대)를 뺀 862대 가운데 52.1%다.
60대부터는 역시 삼각별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S클래스는 60대(288대), 70대(120대) 등 60대 이상이 408대에 달한다. 7시리즈 60대(193대)와 70대(57대)를 합한 250대보다 많다. S클래스 구매고객 중 60대, 70대 비중은 50%에 가깝다. 7시리즈는 60대 이상 구매 고객 비율이 26.1%에 그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에서 BMW 7시리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S클래스 판매량을 추월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S클래스 신차카드도 벤츠는 가격 눈높이를 낮추고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 S클래스로 맞대응에 나섰다.
벤츠 코리아는 지난달 S 450 4MATIC 스탠다드 휠베이스 모델을 추가로 출시했다. 롱 버전에 비해서 전장이 짧아 오너드리븐에 적합한 기존 스탠다드 휠베이스 트림은 최근 선호도가 떨어지는 디젤 모델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S클래스 고유의 클래식 세단 형태에 AMG 라인의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바닥엔 AMG 매트를 깔았다.
가격도 매력적이다. S 450 4MATIC 스탠다드 휠베이스 모델의 가격은 1억5960만원이다. 7시리즈의 가솔린 모델인 740i xDrive M 스포츠(1억7600만원)보다 저렴한 편이다.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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