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을 단순 음악 비즈니스로만 가두기엔 아쉽죠. 영화, 공연, 브랜드 등 더 큰 사업으로 확장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접목 중입니다.”(유동주 하이브 뮤직그룹 APAC 대표)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지브리 애니메이션,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을 단 몇 달 만에 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식재산권(IP) 발굴과 활용을 위한 새로운 룰이 필요합니다.”(이승윤 스토리 대표)
23일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에서 열린 글로벌 IP 콘퍼런스 ‘오리진 서밋 2025’엔 전 세계 20개국의 콘텐츠·블록체인·AI업계 스타급 인사가 총출동했다. ‘아기상어’ 제작자인 이승규 더핑크퐁컴퍼니 공동창업자, 저스틴 선 트론 창업자, 아서 헤이스 비트멕스 공동창업자, 루카 네츠 퍼지펭귄 창업자 등이다. 행사장에 모인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을 통해 한국 IP의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새로운 제작·유통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케데헌 음악을 대부분 담당한 더블랙레이블의 정경인 대표는 “몇 년 후 한국은 글로벌 콘텐츠 허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K팝 팬덤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데다 프로슈머를 넘어 적극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최고A&R책임자(CAO)는 “SM엔터는 유료 팬클럽 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팬과의 소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콘텐츠를 발전시켰다”며 “최근엔 AI와 웹3 기술 발전에 주목하고 이를 적용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주 대표는 “멀티 레이블 체제와 팬덤 플랫폼, 첨단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 유통을 의존하다 보니 IP 창작자가 권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IP 자산의 특성상 유동성이 부족해 넷플릭스 같은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승윤 대표는 “IP를 토큰화해 창작자를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공정한 수익 배분이 가능하다”며 “대형 플랫폼에 유리한 IP 독점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IP 생태계 구축에 최적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IP, AI, 크립토 네이티브 국가”라는 이유에서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팬덤 플랫폼에서 볼 수 있듯 K콘텐츠는 굉장히 기술 친화적”이라며 “블록체인과 잘 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거래가 발생하면 기록을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동일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산 관리하는 게 특징이다. 비트코인이 가상공간에서 돈을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듯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IP를 중개자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실질적인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제작한 미국 할리우드 대표 작가 데이비드 고이어가 추진한 팬 참여형 인터랙티브 작품 ‘이머전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마룬5, 케이티 페리, 저스틴 비버 등 미국 대형 팝 뮤지션도 IP 저작권을 토큰화했다.
고은이/최다은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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