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는 단계적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민간 교류 협력과 남북 관계 복원 의지까지 반영된 이재명 정부 대북 정책 구상의 뼈대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일괄 타결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지만 국제 사회에 자칫 ‘한국이 북핵을 용인하는 것이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에 국제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 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특히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북핵 문제 해결 구상을 밝히며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대남 적대 기조를 노골화하는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에 끌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조치다. 하지만 북핵 비핵화라는 역대 정부의 명시적 목표에서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END 이니셔티브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정신을 이재명 정부가 재정립한 개념”이라며 “교류 협력을 선제적으로 취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면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라는 디스토피아를 맞이할 것”이라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높은 생산력을 동력 삼아 혁신과 번영의 토대를 세우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유용한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AI를 주제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를 이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문제를 겪는 모든 국가가 유엔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다자주의적 협력을 이어 나갈 때 우리 모두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다자무역체계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뉴욕=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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