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4일 10: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기상어’로 잘 알려진 유아 콘텐츠 기업 더핑크퐁컴퍼니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지표를 적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조·인프라 기업에 주로 쓰이던 잣대를 콘텐츠 기업이 차용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더핑크퐁컴퍼니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으로 국내의 SAMG엔터와 해외의 산리오, 카도카와, 토에이 등 4곳을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EV/EBITDA 배수 19.87배를 더핑크퐁컴퍼니의 최근 1년 EBITDA인 256억원에 적용했다. 이후 15~29%의 할인율을 감안해 산출한 상장 시가총액 4592억~5453억원을 제시했다. 공모가는 3만2000~3만8000원이다.
콘텐츠 기업이 EV/EBITDA를 활용한 것은 낯선 접근법이라는 평가다. EV/EBITDA는 기업가치를 산출할 때 감가상각, 이자, 세금 등 자본구조와 회계정책 영향을 배제하고 영업활동 성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본집약적이고 감가상각·부채 영향이 큰 업종인 제조·에너지·인프라·운송 등에서 기업가치 산정 지표로 주로 사용한다.
반대로 콘텐츠 기업은 무형자산 비중이 높아 순이익이나 매출을 활용한 PER(주가순이익비율)이나 PSR(주가매출비율) 배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는 이번 선택이 실적 변동성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봤다. 더핑크퐁컴퍼니의 해외 매출 비중은 76%에 달해 환율 영향이 순이익에 크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특수로 2020년 영업이익 200억원을 돌파했지만 이후 부진을 겪으며 2022~2023년 영업이익은 40억원을 밑돌았고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 974억원, 영업이익 188억원을 올리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순이익도 25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452억원, 영업이익 90억원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 다만 순이익은 38억원에 그치는 등 최근 3년간 영업이익과 순이익간 괴리가 컸다.
시장에서는 이런 실적 변동성을 EV/EBITDA 지표로 보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봤다. IB 업계 관계자는 “순이익 기준으로는 실적 기복이 심해 희망하는 기업가치 수준을 산출하기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EBITDA를 기반으로 하면 환율 변동 및 국가별 회계 차이를 줄여 안정적인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V/EBITDA 지표가 콘텐츠 기업에 적용된 전례가 드물어 투자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다만 한때 1조원을 웃돌던 기업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만큼 가격 매력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성장 동력 확보 여부도 핵심 변수다. ‘아기상어’ 이후 글로벌 메가 히트작이 아직 부재하다는 점에서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신규 캐릭터 ‘베베핀’을 키우고 공연·음악·라이선스·머천다이징 사업을 확대하며 해외 유통망을 활용한 신성장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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